[사설]식량과 미래

  • 입력 1996년 11월 14일 20시 26분


인류의 영원한 숙제인 기아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1백70개국 정부대표와 1천여개 비정부기구(NGO)대표자들이 13일부터 로마에서 자리를 함께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주최로 열리는 세계식량정상회담은 오는 17일 폐막에 앞서 『모든 사람은 굶주림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정적으로 식량을 제공받을 권리를 갖는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각국은 현재 8억명이 넘는 기아인구를 2015년까지 절반수준으로 줄이기 위해 협력한다』는 「로마선언」을 채택할 예정이다. 올해가 유엔이 정한 「빈곤퇴치의 해」가 아니더라도 인류의 기아문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어린이 2억명을 포함해 8억4천만명이 굶주리고 있고 만성영양부족까지 합치면 빈곤인구는 세계인구의 4분의 1이 넘는 15억명에 이른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 식량위기에 대한 실질적 해답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구체적인 행동계획이란 것을 내놓기는 하지만 선진국들이 여전히 문제해결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빈곤퇴치를 위한 경제협력, 식량증산을 위한 투자확대, 공정한 식량무역체제구축 등의 행동계획은 선언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세계식량위기는 가난한 나라의 폭발적인 인구증가, 환경파괴에 따른 기상이변과 수자원 고갈, 개도국의 공업화에 따른 경작면적 감소 등의 복합적인 요인 때문에 날로 악화돼 21세기에는 최악의 식량난이 우려되고 있다. 선진국 포식과 빈곤국 기아라는 구조도 고쳐질 기미가 없다. 이같은 실정에서 국내 농업생산기반의 확충은 시급한 과제다. 식량의 완전자급은 어렵지만 식량안보차원에서 최소 일정량의 곡물생산은 불가피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리 농지는 공업화와 도시화에 밀려 계속 줄어들고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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