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화제]간송미술관 연구실장 최완수씨

  • 입력 1996년 11월 8일 20시 44분


「權基太기자」 「澗松 문화재 사원에서 도 닦는 재가승(在家僧)」. 서울 간송미술관 연구실장인 미술사학자 최완수씨(54)를 이렇게들 부른다. 그는 「11월의 문화인물」로 선정된 간송 全鎣弼선생 수집품연구에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쳤다. 간송이 10만섬의 가산을 쏟아 수집한 고서화와 한문 서적들을 무려 30년째 연구해온 것. 그는 결혼도 않고 미술관 소장품과 조선조 연구를 반려 삼아 필부로서의 행복을 반납한 독신 수도자다. 그가 간송미술관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나이 스물다섯 되던 지난 66년. 족보학의 대가였던 김창현선생과 경복고 재학시절부터 돈독한 사제관계를 맺어온 그는 서울대 사학과를 졸업한 후 평생토록 매진할 연구과제를 찾고 있었다. 이같은 그의 열정을 눈여겨 본 최순우 전국립중앙박물관장이 간송미술관에서 일하길 권했다. 『수집품들이 보관된 보화각의 문을 처음 열었던 때가 눈에 선해요. 보물들은 허연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잠자고 있고 쥐들이 고서들을 갉아먹고 있더군요. 「이제 탄광막장 광부가 됐다」는 생각으로 소장품들을 정리해 나가기 시작했죠』 1만권이 넘는 한문서적들의 먼지를 털어내고 목록을 작성하는데 1년이 걸렸다. 다음 2년은 서화와 도자기류 정리에 바쳤다. 「창고」를 미술관으로 바꾸는 작업이 마무리되자 소장품들에 담긴 조선역사의 실체를 연구할 차례였다. 71년 10월 「謙齋鄭敾의 특별회화전」을 개최하고 연구성과물 「간송문화」 첫권을 펴내면서 대장정의 막을 올렸다. 매년 봄과 가을 「간송문화」를 펴내고 연구대상 고미술품들에 대한 전시회를 열었다. 학사학위만 가진 그는 그간 30여명의 박사 석사제자들을 서원식 사제관계를 통해 키워오기도 했다. 이들이 연구에 합류하면서 4반세기에 걸친 대행군이 올봄 열린 「진경시대 특별전」을 통해 1차 마무리됐다. 『그간의 세월은 「영광스런 고립」이며 제 스스로는 「미친 놈」이었다고 생각해요. 이제 조선문화사 전체를 아우르는 연구를 시작하려 합니다. 이 작업의 바탕을 마련한 간송과의 만남은 선조 영령들이 점지한 인연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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