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장간첩 소탕 허술했다

  • 입력 1996년 11월 7일 20시 36분


동해안 침투 무장간첩에 대한 소탕작전이 사실상 끝났다. 이제 우리 군(軍)의 경계태세에 구멍은 없었는지, 소탕작전이 장기화되고 인명희생이 컸던 원인은 무엇인지 등을 전반적으로 철저히 점검할 때가 됐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방위태세를 재정비하는 일이 과제로 남았다. 고도의 특수훈련을 받은 무장간첩들을 상대로, 그것도 험난한 산악지역에서의 작전이 쉽지 않다는 것은 안다. 어느 정도 우리측의 희생이 불가피한 측면을 이해한다. 또한 수많은 우리 장병들이 한달반동안 소탕작전을 펴느라 밤낮없이 쏟은 노고는 온 국민의 격려를 받아 마땅하다. 그럼에도 본란이 방위태세문제를 재론하는 것은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막는 교훈으로 삼기 위함이다. 작전이 장기화되고 그 과정에서 군인 경찰 예비군 민간인 등 모두 15명이 희생된 것은 기본적으로 초기대응이 늦은 탓이다. 이로 인해 막대한 병력과 무기 및 장비의 동원, 무장간첩 출몰지역 주민들의 엄청난 경제적 손실이 따랐다. 생포된 이광수의 말대로 북한잠수함이 몇차례나 동해안을 들락거렸다면 이곳을 지키는 부대에 큰 문제가 있었음이 틀림없다. 작전과정에서도 우리측은 적지않은 허점을 보였다. 무장간첩들은 허술한 포위망을 비웃듯 민간인과 군인을 닥치는대로 살해하면서 북쪽으로 계속 달아날 수 있었다. 스키장의 오락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개울에서 목욕을 하는가 하면 군단사령부를 촬영하면서도 무사했다는 것이 사살된 간첩의 메모에서 밝혀졌다. 나무베기 작업중 특별한 이유없이 한 병사가 실종됐는데도 군당국은 경솔히 탈영으로 보고 불과 5백m 거리에서 간첩에게 살해된 사실을 알아내지 못했다. 金東鎭국방부장관은 이번 작전에서 과실이 드러난 지휘관들을 군법으로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무장간첩이 침투했을 당시 합참의장이란 군의 최고책임자로서 과연 온당한 말인지는 의문이 가지만 동해안경비 및 소탕작전에 실패한 지휘관들은 엄중문책, 방위태세를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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