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예산심의 똑바로 해야

  • 입력 1996년 10월 31일 20시 30분


대정부질문을 끝낸 국회가 본격착수할 새해 예산안 심의가 제대로 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우선 71조6천20억원의 예산안 규모자체에 대해 여야가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또 예산처리가 제도개선특위 활동과 맞물려 극한투쟁의 볼모가 되거나 반대로 일괄처리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어느 경우건 국민들로서는 달가운 일이 아니다. 정부 여당은 내년도 예산안을 나름대로 긴축편성했다고 강조하지만 야당들은 긴축의지가 전혀 담기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내년 대선을 겨냥한 선심성 편성 의혹을 받는 항목이 많고 국민들에겐 허리띠를 졸라매라면서도 정부가 솔선해 검약(儉約)하겠다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으로 협상과정에서 여야의 입장차가 조율(調律)될 것으로 보이나 많은 국민은 올해보다 13.7%나 늘어난 내년도 예산이 과연 적정한지에 의문을 품는 것이 사실이다. 관변단체에 대한 재정지원을 크게 늘리고 지역의 균형발전을 고려하지 않은 듯한 특정사업비 지출 항목이 눈에 띄는 것도 문제다. 정부로서는 나름의 근거가 있겠지만 불황의 긴 터널에 빠져있는 우리 경제의 실상을 외면한 느낌이 없지 않다. 줄이고 아낄 수 있는 것이라면 모두 찾아내자는 주장은 그런 면에서 합리적이다. 새해 예산안을 두고 국민회의와 자민련 일각에서 검경중립화 등 제도개선문제와 연계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옳지 않다. 국민부담을 전제로 한 예산짜기는 철저히 국민편에서 할 일이지 몇개 법안의 처리와 교환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일부 제도개선의 중요성을 모르는 바 아니나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예산문제라면 다른 어떤 사안과도 별개로 충분히 깊이있게 다뤄야 하는 것이 국회의 의무다. 여야는 12월2일까지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법에 정한 날짜인데도 여야가 굳이 명시한 것은 정략적 다툼보다 나라살림의 틀을 정하는데 의사일정의 주안(主眼)을 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거듭 국민의 편에 서서 똑바로 예산심의를 해주기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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