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질문인가 民願인가

  • 입력 1996년 10월 30일 20시 40분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 제한시간은 1인당 15분이다. 30분씩 준 적도 있으나 본안(本案)밖 사항 등 중언부언한 경우가 많아 짧고 효과있게 묻되 질문자를 늘리기로 하고 시간을 줄인 것이다. 사실 정치, 통일 외교 국방, 경제, 사회 문화 등 광범위한 국정의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하는데 15분은 짧다. 문제는 그 짧은 시간에도 자기 선거구를 의식, 지역민원을 나열하는 국회의원이 많다는 것이다. 이틀간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 나선 의원 상당수가 지역사업 예산따내기 경쟁이나 하듯 민원성 질문을 남발했다. 자기고장의 애로사항을 누구보다 먼저 파악해 개선해보려는 지역구의원들을 무턱대고 탓할 수는 없다. 같은 지역사업이라도 정치적 목적에 따라 우선순위가 뒤바뀐 경우라면 이를 지적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나라의 한해 예산결산을 따지는 정기국회에서 속이 뻔히 보이는 지역민원을 예로 드는 게 합당한지 의문이다. 국회는 대정부질문이 끝나면 바로 각 상임위와 예결위 활동을 통해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의 타당성을 심의하게 된다. 본회의 질문이라면 정부가 시행할 사업의 총괄적인 측면을 따지고 세부사항은 상임위와 예결위에서 지적하는 것이 합리적일텐데 그렇지 못한 것은 유감이다. 다른 의원들의 눈총을 받으면서까지 지역민원을 들먹이는 질문자를 선정한 각 정당도 반성할 필요가 있다. 민원성 질문을 하는 국회의원들은 국정의 큰 틀보다 지역의 표를 더 계산하는 사람들이다. 나라 정책의 방향을 논의하는 시간에 고장의 이익만을 강조해 대변하는 사람이 큰 정치인일 수는 없다. 당의 대표질문자로 그런 사람을 내세우는 정당 역시 국민 전체의 지지를 받기는 어렵다. 예산국회 남은 기간만이라도 지역이기성 질문은 삼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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