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학내집회 학문중심으로

  • 입력 1996년 10월 25일 20시 52분


대학은 학문의 자유가 충만한 곳이어야 한다. 그 자유는 어떠한 형태로도 침해되어서는 안된다. 고려대와 연세대 등에 이어 서울대가 교내집회에 대한 사전허가제를 실시하기로 한 것은 다수가 향유해야 할 학문의 자유를 위한 노력으로 본다. 서울대측이 학장회의를 거쳐 24일 발표한 「서울대학교 시설이용에 관한 규칙」과 총장의 공고문은 기본적으로 학문공동체의 본질을 지켜야 하겠다는 내용이다. 자유로운 과외활동은 권장하지만 그것은 학문과 조화를 이뤄야 하며 학술연마를 저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또 대학이 외부인들의 정치집회나 행사로 무분별하게 유린되어서는 안되며 그들의 치외법권적인 활동 공간으로 더 이상 이용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때 빈번히 있었던 학생들이나 학외 인사들의 학내 집회는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그 불가피성을 인정받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우리는 한총련 학생들에 의해 파괴된 연세대 교정과 시설을 참담한 심정으로 목격하면서 학내의 불법집회에 대한 대학의 결단을 촉구했었다. 이제는 대학이 더 이상 투쟁의 장(場)이 될 필요가 없으며 오로지 숭고한 학문의 자유를 지키는 보루여야 한다는 게 일반의 인식이었다. 젊은 지성들이 모인 대학에는 독특한 문화와 낭만이 있다. 때로는 열정과 감성에 휘말리고 방황과 혼돈으로 젊음을 낭비하는 일도 있을 수 있다. 서울대측이 그러한 모든 것들까지 일률적으로 규제하겠다는 것은 물론 아닐 것이다. 대학인 스스로가 자신들의 본모습을 되돌아보며 학문의 길을 지키자는 취지로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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