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삼익악기 부도로 본 한국기업의 수명

  • 입력 1996년 10월 24일 20시 29분


기업에도 수명이 있다. 창업이라는 탄생과 그후의 성장과정을 거쳐 폐업으로 일생을 마감한다. 그 수명은 천차만별이다. 한국의 기업은 자본주의 역사 자체가 일천하고 기업환경도 열악했던 만큼 평균수명이 매우 짧다. 65년을 기준으로 1백대 기업에 들었던 한국기업중 한세대가 지난 지금까지 살아남은 기업은 16%에 불과하다. 미국이나 일본기업의 평균수명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기업의 몰락은 원칙적으로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함으로써 비롯된다.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거나 줄어드는 시장에서 제 때 철수하지 못할 때, 그리고 새로 출현한 경쟁기업과 상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기업은 순식간에 쇠락의 길로 치닫는다. 그리고 그것을 가속화하는 것은 기업조직의 관료화와 권위주의다. 조직이 관료화하면 의사소통이 어려워지고 유연성과 활력을 잃게 된다 ▼세계 3대 피아노제조업체인 삼익악기가 23일 부도를 냈다. 58년 설립된 삼익악기는 30여년만에 일본의 야마하, 독일의 이바하 등과 어깨를 겨루는 세계적인 악기업체로 성장했으나 최근 무리한 사업확장과 과도한 금융부담으로 3천7백여억원의 부채를 안은채 쓰러졌다. 삼익악기는 종업원 3천명에 계열사 13개, 하청업체만도 4백여개에 이르러 부도에 따른 여파가 클 것으로 보인다 ▼삼익악기의 부도는 전반적인 시장침체, 무리한 사업다각화, 2세경영의 문제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쇠퇴기업의 몰락과정을 그대로 밟았다. 세계굴지의 피아노제조업체이면서도 중저가 제품에 안주, 최고급 브랜드개발을 소홀히 했다. 새롭게 진출한 원양어업 공장자동화설비 가구 섬유류사업 등은 경험과 전문성에 비추어 애초부터 무리였다. 그 결과는 부도와 도산이라는 대가로 나타났고 삼익악기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충격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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