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차분한 일본 중의원 선거전

  • 입력 1996년 10월 18일 08시 55분


20일 중의원 총선 투표를 코앞에 두고도 일본의 선거판 분위기는 영 달아 오르지 않고 있다. 언론들은 특히 투표율이 작년 참의원선거처럼 50% 아래로 떨어지면 『소선거구― 비례대표제란 새 「정치실험」의 의미 자체가 상실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뜻밖에 이같이 썰렁한 분위기조성에 한몫을 하고 있는 것이 지난 94년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도입된 확대연좌제다. 후보자 비서와 동창회 후원기업 노조 종교단체 관 계자는 물론 차량배치와 도시락을 책임지는 실무책임자까지 연좌제 대상에 포함시킨 규정 때문에 후보자들이 옴짝달싹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6월 최고재판소가 비서의 선거법위반을 이유로 한 지방의원의 당선 무효판결 을 내린 이후 현재 진행중인 20여건의 재판에서도 같은 판결이 내려질 전망. 따라서 『득표는 차치하고 안걸리는 게 최선』이라는 게 각후보 진영의 공감대다. 각당이 방송광고전에 힘을 쏟는 것도 서슬퍼런 확대연좌제의 단속망을 피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 심지어 일부 후보진영에서는 공식 선거운동원들에게 조차 식사비를 받고 영수증을 나눠 주고 있는 형편이다. 나중에 말썽이 되더라도 증거를 남기자는 전략이다. 도 쿄에 출마한 한 자민후보는 『요구르트만 한병 돌려도 금세 소문이 나 아예 학교운 동회 등 자연발생적인 집회장소만을 찾아 다닌다』고 말했다. 과거 「팥대신 1천엔 지폐를 넣은 떡」까지 등장했던 게 일본의 선거판. 그러나 사법당국의 의지와 후보자 및 유권자들의 자율적인 노력으로 이 규정이 빛을 발하고 있다. 『제대로 단속해서 안 걸릴 사람이 누구냐』란 소리가 선거때마다 나오는 우 리에겐 교훈이 될 만하다는 생각이다. 李 東 官 <동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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