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서울대 개교 50돌을 생각한다

  • 입력 1996년 10월 17일 10시 40분


얼마전 어느 서울대생 아버지가 「대학신문」에 투고한 글이 본지에 소개돼 충격 을 줬다. 책 한권 읽지 않고 밖에서 배회하고 집에 오면 TV보고 전화하고 컴퓨터통 신 대화방에서 잡담이나 나누고도 F학점은커녕 장학금을 탄 것을 보면 그 배회와 시 간탕진이 교수들과의 합작이었음을 알겠다던 탄식이었다. 서울대가 천재를 범재로 만드는 대학이란 말이 떠올랐다 ▼올초 서울대 趙東一교수의 공개구직도 충격이었다. 교수가 지식 전달자로 전락 하고 연구도서가 부족하고 연구실이 비좁고 새로운 연구를 발표할 강의를 개설할 수 없으니 강의하지 않고 연구할 수 있는 자리, 연간 도서비 1천만원, 30평정도의 연 구실, 학생들이 자유롭게 청강할 수 있는 공개강의를 보장하는 대학이 있다면 미련 없이 서울대를 떠나겠다는 호소였다. 그 꿈이 실현됐다는 후문은 없었다 ▼어제 15일로 서울대가 개교 50주년을 맞았다. 서울대 망국론, 서울대 폐교론 등 서울대에 대한 충고와 실망이 가끔씩 매스컴에 오르내리기도 하지만 서울대가 해방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를 이끌어온 중요한 동력의 하나였음은 그 공정한 기회균등의 원칙때문이었을 것이다. 서울대가 우리 사회 모든 이의 선망의 대상이자 원한의 대상이 된 것은 잘못된 입시제도와 학벌주의 탓이지 서울대 탓은 아닐 터이 다 ▼서울대는 현대 한국을 일군 교육열의 중심이었다. 서울대가 지금 되돌아봐야 할 것은 선민의식과 자기중심주의, 기득권과 관료주의에 안주하지 않고 시대가 요구하 는 교육에 얼마나 충실히 부응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가를 자문하는 일일 것이다. 서울대는 이 점에서 자기혁신에 게을러서는 안된다. 개교 50주년을 맞은 서울대의 연구실에 불이 꺼지지 않을 때 우리 사회에 희망의 불씨가 꺼지지 않음을 서울대인 들은 통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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