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생홈사” 5년만에 잠 깬 거포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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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 공동선두 한화 노시환
“삼진 두려워하다 점점 자신감 잃어
타격 포인트 앞당겨 장타에 집중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홈런 승부수”

프로야구를 오래 지켜본 팬은 안다. 유망주는 유망주일 뿐이다. 학창 시절 ‘제2의 ○○○’이라고 이름을 날리다 프로 무대에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선수가 한둘이 아니다.

‘제2의 김태균’이라는 평가를 들으며 2019년 한화에 입단한 노시환(23·사진) 역시 ‘과대평가를 받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노시환은 프로 입단 4년 차였던 지난해까지 1군에서 연평균 9홈런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반면 김태균(41)은 데뷔 이후 4년간 한 시즌 평균 홈런이 20개도 넘었던 타자였다.

그랬던 노시환이 달라졌다. 노시환은 24일 현재 홈런 19개를 쏘아 올리며 최정(36·SSG)과 함께 홈런 레이스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전까지는 2021년 18홈런이 노시환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이었다.

노시환은 “어릴 때부터 내 목표는 늘 홈런 타자였다. 그런데 삼진을 계속 당하다 보니 자신감이 줄면서 타격 포인트가 뒤로 왔다. 홈런 타자가 되려면 삼진도 어느 정도 먹어야 하는데 그걸 두려워하고 있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히팅 포인트를 앞당겨 장타를 늘리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노시환은 2021년 23.3%(458타석 중 107타석)였던 삼진율을 지난해에는 19.4%(490타석 중 95타석)로 줄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2021년 18개였던 홈런이 6개로 줄었다는 점이었다. 노시환은 “(히팅 포인트에) 변화를 줘서 실패하더라도 후회는 없을 것 같았다. 나는 덩치(키 185cm, 몸무게 105kg)도 크고 힘도 센데 안타만 쳐서는 메리트가 없는 타자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도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행스럽게도 결과는 ‘밥’이었다. 노시환은 올 시즌 삼진율을 18.2%(363타석 중 66타석)까지 떨어뜨렸다. 그러면서 홈런뿐 아니라 타율도 지난해 0.281에서 올해 0.308로 올라왔다. 이대로 시즌을 마치면 노시환은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3할대 타율도 기록할 수 있다.

이 정도면 KBSN 해설위원으로 일하는 김태균도 칭찬하지 않을까. 노시환은 “칭찬은 많이 안 해주신다”며 웃은 뒤 “그 대신 ‘안 좋을 때도 타격 메커니즘을 바꾸지 말아라. 메커니즘을 바꾸면 잠깐 잘 맞아도 금세 또 슬럼프가 온다’며 격려를 많이 해주신다”고 전했다.

‘안 좋을 때’가 없었던 건 아니다. 노시환은 5월 13∼24일 프로야구 역대 공동 4위에 해당하는 43타석 무안타 기록을 남겼다. 이 상황에서도 그는 “타격폼을 절대 바꾸지 않겠다”는 다짐을 지켰다. 그리고 5월 24일 안방경기 마지막 타석에서 KIA 마무리 투수 정해영(22)이 던진 속구를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으로 연결하면서 무안타 기록을 날려버렸다.

노시환은 연속 타석 무안타에서 벗어난 뒤 득점권에서 OPS(출루율+장타율) 1.076을 기록하면서 최우수선수(MVP)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러면서 한화도 이 기간 4위에 해당하는 승률 0.526(20승 1무 17패)으로 상승세를 타게 됐다.

노시환은 채소를 입에 대지도 않는 ‘초등학생 입맛’으로 유명하다. 노시환은 “채은성 형(33)이 ‘매년 30홈런을 칠 수 있게 된다면 김치를 먹겠냐’고 물으셔서 ‘무조건 먹겠다’고 답했다”면서 “그보다 김치 안 먹고도 30홈런 칠 수 있다는 걸 증명해 앞으로도 계속 먹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만들겠다”고 큰소리쳤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한화 노시환#홈생홈사#제2의 김태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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