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슈 된 ‘중국’… 與도 비판 ‘친중 거리두기’, 野 “굴종외교” 강공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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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판정 논란이 키운 反中감정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경기 후 편파 판정 논란이 일면서 이를 풍자한 이미지들이 온라인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눈 뜨고 코 베인다’는 속담을 활용한 게시물(아래쪽)과 중국산 제품 불매 운동을 뜻하는 ‘노 차이나(No China)’ 문구. 사진 출처 트위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경기 후 편파 판정 논란이 일면서 이를 풍자한 이미지들이 온라인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눈 뜨고 코 베인다’는 속담을 활용한 게시물(아래쪽)과 중국산 제품 불매 운동을 뜻하는 ‘노 차이나(No China)’ 문구. 사진 출처 트위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거세진 국내 ‘반중(反中)’ 정서가 29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의 돌발 변수로 급부상했다. 개회식에 등장한 한복을 두고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이란 비판 여론이 거센 가운데 쇼트트랙 경기 편파 판정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반중 감정이 치솟았기 때문. 특히 이번 대선의 최대 캐스팅보터로 꼽히는 2030세대의 반감이 유독 강하게 드러나자 이들의 표심을 의식한 여야 대선 주자들은 ‘공정’ 기치를 앞세워 중국을 향한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정치권 관계자는 “첫 대선 TV토론부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부터 문재인 정부의 대(對)중국 기조를 둘러싸고 후보들 간 공방이 이어졌던 만큼 대선까지 남은 한 달간 대중 정책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 ‘친중’ 논란 속 與 더 강력 반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7일 밤 경기 종료 직후 페이스북에 “편파 판정에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우리 선수들이 기죽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송영길 대표도 한 시간 뒤 “중국체육대회라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공정한 심판이 중요하다”고 가세했다.

이 후보는 8일엔 직접적으로 중국을 거론하며 비판 수위를 끌어올렸다. 페이스북에 “한국 선수단의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 제소 결정을 지지한다”고 적었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편파 판정에 대해 중국 당국이 성찰할 필요가 있겠다”고 경고했다. 이날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선 대(對)중국 외교와 관련해 “할 말은 한다”고 했다. 그는 “동서 해역의 북한이나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은 강력하게 단속할 것”이라며 “불법 영해 침범인데 그런 건 격침해버려야 한다”고 강경 대응 방침을 강조했다.

이 후보가 유독 빠르고 강경하게 중국 규탄에 나선 건 현 정부의 ‘친중’ 이미지와 거리 두기를 노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현 정부가 중국에 유독 저자세 외교라는 지적을 받아 온 상황에서 편파 판정에 미온적인 태도로 임했다가 야권이 친중 프레임을 덧씌울 우려가 있다”고 했다.

더욱이 이 후보 역시 TV토론 때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사드 추가 배치 공약을 비판하며 “왜 그걸 다시 설치해 중국의 반발을 불러와 경제를 망치려고 하는가”라고 언급했다가 “그동안 발언을 보면 반미·친중 노선으로 보인다”(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라고 지적받는 등 ‘친중’ 이미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이 후보는 개회식 한복 논란을 두고도 “(중국이) ‘대국으로서 과연 이래야 되느냐’는 의심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가 국민의힘으로부터 “중국을 ‘대국’이라 칭했다”며 역공을 당했다.
○ “여권의 굴종 외교” 비판 나선 野
사드 추가 배치 등 상대적으로 중국에 강경한 입장을 보여 온 윤 후보에겐 다소 유리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아이들이 스포츠 룰을 통해 민주주의를 배워 간다. 올림픽 상황을 보고 크게 실망하지 않았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이어 페이스북엔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 ‘발해를 꿈꾸며’ 뮤직비디오를 공유하며 “(개회식 한복 등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크다”며 “문제의 핵심은 대한민국 역사를 중국에 예속,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의 일환이라는 데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정부 여당의 ‘굴종 외교’로 화살을 돌렸다. 국민의힘 이양수 선거대책본부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지난 5년 중국에 기대고 구애해 온 친중 정책의 대가가 무엇인지 성찰하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 中대사관 “한국이 중국 인민 존중하라”
정부는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은 올해 중국에 대한 국민들의 감정이 전례 없이 악화되자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한 모습이다. 특히 그동안 한중 갈등 때마다 현 정부가 저자세로 대응해 도리어 국민 분노를 키웠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 점을 고려해 적절한 대응 수위를 놓고 고심 중이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8일 대변인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한복 논란에 대해 “중국 인민의 감정을 존중하라”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대변인은 “(한복은) 한반도의 것이며 또한 조선족의 것”이라면서 “중국이 ‘문화공정’ ‘문화약탈’을 하고 있다는 말은 전혀 성립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복이 중국 소수민족인 조선족의 복식이기도 하기 때문에 중국 문화의 일부라는 주장이다.

한중 갈등이 격화되자 주한 미국대사관까지 가세했다. 크리스 델 코르소 주한 미대사대리는 이날 트위터에 한복을 입은 자신의 사진과 함께 “한국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김치, K팝, K드라마… 한복은 말할 것도 없죠”라고 쓴 글을 올렸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반중 감정#베이징 겨울올림픽#대선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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