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1000억 시대’ 눈앞… 실력인가 거품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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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 남았는데 12명 937억 계약

KBO리그가 자유계약선수(FA) 계약 총액 1000억 원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개장한 FA 시장의 28일 현재 계약 총액은 937억 원으로 1000억 원에 63억 원이 모자란다. 이전까지는 프로야구가 10개 구단 체제를 갖춘 2015년에 기록한 766억2000만 원이 역대 가장 많은 액수였다.

올해 FA 계약을 한 12명은 평균 78억 원을 받는 조건으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아직 박병호(35·키움), 정훈(34·롯데), 허도환(37·KT)이 시장에 남아 있는 상황. 이들이 평균 21억 원에만 계약을 마쳐도 FA 계약 총액 1000억 원 시대가 처음 열린다.

원소속팀 키움과 KT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박병호가 혼자 63억 원 이상에 계약하면서 1000억 원 시대를 열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박병호는 키움과 전신인 넥센에서 모두 다섯 차례 홈런왕을 차지하면서 리그를 대표하는 홈런 타자로 이름을 날렸다. 최근 2년간 타율은 0.226으로 떨어졌지만 홈런은 평균 20.5개로 장타력은 여전히 살아 있다.

선수 시절 LG에서 박병호와 한솥밥을 먹었던 이동현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박병호가 아무리 적어도 50억 원 이상은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박병호 혼자서도 (남은 63억 원을 채우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모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구단도 적지 않다. 한 구단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를 처음 겪었던 지난해보다 구단 수입이 30∼40%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총액 100억 원이 넘는 계약이 5건 나올 정도로 FA 시장이 달아오른 건 다소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도 있다. 지난해 FA 선수 14명의 계약 총액은 평균 30억 원으로 올해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야구전문가들은 2023년부터 적용하는 샐러리캡(연봉 총액 상한제)이 몸값 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보고 있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샐러리캡은 외국인 선수에게도 적용된다. 외국인 3명에 400만 달러 상한이 도입될 경우 연봉 제한이 없는 일본과 경쟁해 좋은 해외 선수를 확보하기가 정말 힘들어진다”며 “이를 알고 있는 구단들 사이에서 ‘검증된 국내 선수부터 잡고 보자’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구단 재정 악화는 FA 시장 상황과 큰 관계가 없다는 분석도 있다. 전용배 단국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구단 관계자들에게 ‘매년 적자가 나는데도 왜 구단을 운영하느냐’고 물어보면 ‘오너가 원하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온다”며 “모기업에서 ‘지금 이기겠다’는 의지가 확실하면 FA에 필요한 돈을 풀어주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도 도입 첫해인 2000년 프로야구 FA 시장에 풀린 돈은 총 24억2500만 원이었다. 21년 만에 40배가 넘는 돈이 시장에 풀린 것이다. 시장 규모가 커진 만큼 기량도 올라갔다는 걸 이제 FA 선수들이 증명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fa 1000억 시대#실력#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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