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보다 내용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구속, 구위, 제구가 완벽해 디트로이트 타선을 봉쇄했다. 명예의 전당 입성이 유력한 디트로이트의 4번타자 미겔 카브레라도 1루수 파울 플라이, 3루수 땅볼로 힘없이 물러났다.
토론토 팬은 류현진이 등판할 때마다 편한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본다. 그만큼 안정적이면서 압도적인 투구다. MLB.com은 “류현진의 시범경기 등판은 대본이 모두 같은 내용인 것처럼 편안하다”며 “마운드에 올라가 조용하게 몇 이닝을 문제없이 소화하고 내려간다”고 호평했다.
류현진은 올해 시범경기에 두 차례 등판해 6이닝 3피안타 1피홈런 1볼넷 6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1.50으로 지난해(1.42)와 비슷하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분명 다르다.
우선 상대 타자들이 공략하기가 까다롭다. 피안타율은 0.143에 불과하며 이닝당 출루허용률은 0.67로 2015년(0.80)과 2017년(0.79)보다 낮다. 둘 다 개인 시범경기 최저 기록이다. 류현진을 상대로 볼넷을 얻는 것도 쉽지 않다.
시쳇말로 ‘난공불락’인 셈이다. 직구, 커터, 체인지업, 커브 등 다양한 구종을 던졌는데 어떤 공도 치기 힘들었다. 스트라이크존을 폭넓게 활용한 류현진의 실투는 딱 한 개로 6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서 팻 발라이카에게 홈런을 맞았다.
득점권 상황도 디트로이트전에서 3회말 무사 1, 2루뿐이었으며 아주 가볍게 세 타자를 아웃시켰다. 이때 사인 미스로 128km 체인지업을 던지고도 빅터 레예스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울 만큼 구위가 좋았다.
디트로이트전이 끝난 후 가장 관심을 모은 건 류현진의 직구 구속이다. 그는 디트로이트전에서 평균 직구 구속 90.4마일을 기록했는데 지난해 정규시즌 89.8마일보다 더 빨랐다.
강속구 투수 유형이 아닌 류현진은 영리하고 뛰어난 완급 조절로 타자를 공략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직구 구속이 빠를수록 그의 변화구도 위력을 더했다.
특히 직구 구속이 90마일 전후로 성적 편차가 심했다. 류현진이 가장 우수한 성적(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1위·사이영상 2위)을 거뒀던 2019년에도 직구 평균 90.7마일을 기록했다. 벌써부터 꽤 빠른 공을 던진다는 건 긍정적인 부분이다.
많은 공을 던지며 긴 이닝을 책임질 몸 상태도 준비됐다. 류현진은 두 번의 시범경기와 한 번의 청백전을 치르면서 이닝도 1이닝씩 늘려갔다. 투구수가 예상보다 적으면 불펜으로 향해 공을 더 던질 정도다.
완벽하게 준비 중인 만큼 류현진이 최고의 시즌을 보낼지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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