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의 특징-구조 찾는게 미래 생활스포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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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숙 이화여대 무용과 교수

이화여대 무용과 조기숙 교수(가운데)가 대학원 전공 수업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누운 상태로 몸을 충분히 늘이는 동작을 통해 편안한 자세를 찾도록 하는 게 목표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이화여대 무용과 조기숙 교수(가운데)가 대학원 전공 수업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누운 상태로 몸을 충분히 늘이는 동작을 통해 편안한 자세를 찾도록 하는 게 목표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몸을 위로 쭉 펴면서 몸 안의 공간을 늘린다는 느낌으로 걸어볼까요.”

11일 이화여대 무용과 체육관. 대학원생 4명이 몸을 아래위로 최대한 늘인 채 10분 넘게 체육관을 자유롭게 오갔다. 조교들과 교수는 학생들의 골반과 관절 움직임 등을 체크했다. 무용 전공자들이지만 어려운 발레 움직임 대신 잘 서고, 잘 걷고, 잘 눕는 동작을 반복했다.

이 학과 조기숙 교수(61)는 “허리가 굽어지고 배가 앞으로 나오는 건 몸 안에 공간을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몸을 충분히 늘여 어느 부분이 자유롭고 부드럽게 움직이는지 느껴보라”고 설명했다. 발레 경력이 많은 대학원생들은 처음 접한 강의에 흥미를 보이며 움직임의 원리를 알아차리는 데 집중했다.

조 교수는 움직임을 통한 ‘몸 공부’가 어릴 때부터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무용가다. 몸 공부가 기본이 돼야 예술의 능력치가 올라간다고 본다. 이런 의미에서 학교 체육 활성화가 중요하다고 본다. 조 교수는 “학교 교육에서 ‘몸 공부’가 소외되고 스포츠를 즐기는 습관이 형성되지 못하면서 학생들은 건강 문제를 안고 사는 약한 존재가 됐다”고 지적했다 “여대 캠퍼스에는 아예 땀 냄새가 없어졌다”고 말하는 조 교수는 “보기 좋게 몸매를 가꾼 여대생들도 실제로는 아픈 데가 많고 신체에 대한 콤플렉스도 심하다. 스포츠 등으로 자신의 신체를 알아가는 과정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조 교수는 자신의 전공 수업은 물론 교양 과목에까지 많은 변화를 줬다. 몇 년 전 개설한 ‘춤과 명상’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책상에 앉는 것 대신 바닥에 누워 몸을 움직이며 명상을 한다. 조 교수는 학생들을 둘러보며 긴장되거나 아픈 신체 부위가 있는지 확인하고 가장 자연스러운 자세를 찾아주면서 스트레스를 풀게 한다.

지난해 12월에는 경남 통영에서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힐링 터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이 어떻게 움직여야 몸이 편해지는지를 예술적 상상력과 몸짓 등으로 찾도록 했다. 만성 피로와 통증, 불면증에 시달리는 주민들로부터 호응이 컸다. 23일부터는 EBS를 통해 몸을 잘 쉬게 하고 척추를 건강하게 만드는 법 등을 10회 강연할 예정이다.

대한체육회는 최근 ‘국민과 함께 숨 쉬는 생활 스포츠 프로그램 마련’을 중장기 혁신 중점 과제로 선정했다. 새로운 생활 스포츠 프로그램을 발굴하고 선도 역할을 하는 사례를 국민과 공유할 방침이다.

조 교수는 스포츠와 예술 감각이 결합된 몸 치유, 몸 회복 프로젝트가 지역과 학생, 취약 계층을 위한 미래 생활 스포츠로 뿌리 내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몸은 한순간도 가만히 있지 않고 바뀝니다. 특정 목적을 위해 억지로 하는 운동이 아닌 일상에서 내 몸의 개성과 구조를 세밀하게 찾는 것이 미래 생활 스포츠의 패러다임이 될 것입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생활스포츠#무용#조기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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