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와 황사의 습격, 한국 스포츠는 어떻게 응전할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3월 27일 05시 30분


미세먼지 탓에 제대로 야구를 즐길 수 없을 정도다. 롯데와 SK의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경기가 열린 25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은 바로 옆에 위치한 인천문학월드컵경기장 지붕이 또렷하게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세먼지가 심했다.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을 위해서도, 응원을 보내는 관중을 위해서도 미세먼지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미세먼지 탓에 제대로 야구를 즐길 수 없을 정도다. 롯데와 SK의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경기가 열린 25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은 바로 옆에 위치한 인천문학월드컵경기장 지붕이 또렷하게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세먼지가 심했다.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을 위해서도, 응원을 보내는 관중을 위해서도 미세먼지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조용한 살인자’로 불리는 미세먼지가 한국 스포츠계를 강타하고 있다. ‘봄의 불청객’ 황사는 아직 제대로 시작도 하지 않은 터라 더 큰 위기감이 몰려온다.

지난 주말 개막한 프로야구에선 보기 드문 장면이 포착됐다. 스탠드를 채운 팬은 물론, 연습하는 야구선수들도 마스크를 썼다. 미세먼지 앞에선 야구선수도 ‘극한직업’이다. 비단 야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축구, 골프, 마라톤 등 야외 스포츠는 미세먼지가 덮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미세먼지, 초미세먼지는 ‘하는 스포츠’ 뿐 아니라 ‘보는 스포츠’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봄은 야외 스포츠의 계절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미세먼지가 판을 칠 최적 환경이기도 하다. 비바람 없는 온화한 날씨는 대기를 정체시킨다. 중국에서 발원한 오염물질, 한국에서 생성된 오염물질이 그대로 머물게 된다.

스포츠동아는 2016년 4월 황사와 미세먼지가 스포츠에 미치는 폐해에 관한 기획을 마련했다. 2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뚜렷한 개선책은 나오지 않았다.


프로야구, 프로축구, 프로골프 등을 불문하고 황사와 미세먼지 경보가 발생하면 팬은 발길을 돌린다. 심지어 한 때 중국축구에서 뛰던 프로축구 데얀(수원삼성)은 돈도 마다하고, 더 나은(?) 공기를 마시기 위해 한국 복귀를 택하기도 했다.

K리그는 2016년부터 의무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미세먼지 경보 수준이 2시간 이상 지속될 때, 경기 연기를 논의할 수 있도록 결정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미세먼지에서 ‘매우 나쁨’ 농도가 나와도 야구, 축구, 골프, 마라톤 등에서 취소는 나오지 않는다. 프로야구에서 황사 기준 농도를 정해서 경기 취소를 가능하도록 한 것이 예외적이다. KBO 야구 규약 제27조 1항에 황사주의보(황사로 인해 1시간 평균 미세먼지 농도 400㎍/m 이상이 2시간 이상 지속될 때), 황사경보(800㎍/m 이상)에 대한 경기취소 규정만 나와 있다. 그나마 엄격히 적용하면 정상적인 리그 운영 자체가 어렵다. 미세먼지에 관해선 기준 자체가 없다. 설령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져도 마케팅과 향후 일정 조정 등을 고려할 때 쉬운 선택이 아니다.

SK와 롯데의 맞대결을 지켜보기 위해 25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을 찾은 관중들이 미세먼지 탓에 마스크를 쓴 채 응원하고 있다.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SK와 롯데의 맞대결을 지켜보기 위해 25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을 찾은 관중들이 미세먼지 탓에 마스크를 쓴 채 응원하고 있다.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그러나 이제 팬 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기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극도의 폐활량을 요구하는 축구의 경우, 더 큰 위험에 노출돼있다. 프로축구 관계자는 “황사가 많을 때, 경기를 하고 나면 선수들은 삼겹살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삼겹살이 회복에 도움이 되는지는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과거 탄광노동자처럼 대응하는 수준이다.

안전은 시대의 화두다. 그러나 꼭 극적 재난만이 그 범주에 해당하지 않는다. 어떻게 건전한 환경 속에서 스포츠를 즐길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 문제의식을 갖고, 진지하게 해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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