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란 없다’ 이만수 “야구 저변확대, 지금 기회 놓쳐선 안 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2월 28일 05시 30분


이만수(위쪽 사진 22번) 전 SK 감독의 재능기부 활동에는 장소와 연령 제한이 없다. 프로행을 꿈꾸는 유망주 포수들부터, 정읍시에 있는 리틀야구단까지…. 야구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간다. 사진제공 | 헐크파운데이션
이만수(위쪽 사진 22번) 전 SK 감독의 재능기부 활동에는 장소와 연령 제한이 없다. 프로행을 꿈꾸는 유망주 포수들부터, 정읍시에 있는 리틀야구단까지…. 야구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간다. 사진제공 | 헐크파운데이션
“왜 안 됩니까! 포기하지 마세요!”

거칠고 투박한 손은 배트가 아닌 마이크를 움켜쥐었다. 쉴 새 없이 파이팅을 외치며 목소리를 높이는 곳은 그라운드가 아닌 강단이다. 한 시간 넘게 서 있으면서도 온 몸에는 힘이 넘친다. 젊은 선수 못지않은 체력으로 야구 저변확대를 위해 재능기부를 하며 온 힘을 쏟고 있는 야구인, 이만수(59) 전 SK 감독의 이야기다.

이 전 감독은 2014시즌을 마친 후 SK 지휘봉을 내려놓으면서 프로야구 현장 일선에서 물러났다. 당시 이 감독은 구단의 방침에 두 말 없이 감독직을 반납했다. 이·취임식까지 참석하며 프로야구에서 보기 드문 ‘유종의 미’를 거뒀다. 미련 없이 현장을 떠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한 ‘확신’ 때문이었다. 그는 선수시절부터 평생의 숙원사업으로 생각한 ‘야구저변 확대’를 감독 퇴임 후 하나 둘씩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그는 국내에서 머물 땐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다양한 연령의 아마추어 선수들을 만나며 재능기부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해외에서는 라오스 야구장 건립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 중이다. 국내외 야구저변 확대를 위해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 전 감독을 26일 인천 송도에서 만났다.

이만수 전 감독. 사진제공|헐크 파운데이션
이만수 전 감독. 사진제공|헐크 파운데이션

● 재능기부 활동, 아마추어 선수들의 미래를 위해

-‘야구인’ 이만수에게 비시즌이란 없는 것 같다.


“이제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다(웃음). 연말에는 특히 여러 일정이 많다. 그래도 체력적으로 피곤함을 느끼지는 않는다. 괜히 내 별명이 ‘헐크’겠나. 하고 싶은 일을 기쁜 마음으로 하고 있기에 더욱 더 힘이 난다.”

-감독직을 그만 둘 때 이렇게 활발하게 활동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나.

“물론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재능기부 활동은 선수시절부터 꾸준히 생각한 숙원사업이다. 2014년에 SK 지휘봉을 내려놓을 때 구단주께서 한번은 내게 이렇게 묻더라. ‘이제 무엇을 하실 계획이냐’는 질문이었다. 나는 자신 있게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라고 답했다. 야구인 이만수가 할 수 있는 일이 22가지나 된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감사하게도 그 중 하나를 지금 하고 있다.”

-22가지? 그렇게나 많나.

“2014년에만 22가지였다. 지금은 34가지까지 늘어났다. 나도 선수시절에는 은퇴한 선수가 할 수 있는 일이 지도자와 해설위원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끝없이 고민하다 보니 점점 늘어났다. 저변확대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어려서부터 야구를 선택한 이들이 야구만으로도 평생 먹고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다.”

-재능기부 활동에서 특히 강조하는 부분인가.

“그렇다. 이런 내 생각에 단 한명만이라도 동의하고 움직여준다면 그건 내 재능기부 활동에 성공이라고 말하고 싶다. 여러 재능기부 활동을 하다보면 많은 선수들을 만난다. 실질적으로 내가 3~4일 남짓한 기간에 기술적인 부분을 완벽히 전수시켜줄 수는 없다. 한데 섞여서 야구인 선배로서 ‘멘탈’적인 부분을 잡아주고,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심도 있는 고민을 나눈다. 아마추어 선수들의 미래는 우리 선배들이 반드시 챙겨야 하는 부분이다.”

이만수(앞 줄 가운데) 전 SK 감독이 라오스 현지에 있는 지도자 및 선수들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이 전 감독은 ‘야구 불모지’ 라오스에 야구장 건립과 야구붐 조성을 위해 힘쓰고 있다. 사진제공 | 헐크파운데이션
이만수(앞 줄 가운데) 전 SK 감독이 라오스 현지에 있는 지도자 및 선수들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이 전 감독은 ‘야구 불모지’ 라오스에 야구장 건립과 야구붐 조성을 위해 힘쓰고 있다. 사진제공 | 헐크파운데이션

● 라오스 야구장 건립, 반드시 필요해

-라오스 야구장 건립도 저변확대의 연장선상인가.


“동남아는 재계에서도 항상 ‘신시장’으로 주목하는 곳이다. 라오스는 인도차이나 반도 정중앙에 위치해 동남아 야구의 허브로 삼기에 지리적 조건이 완벽하다. 기반은 미약하지만 중앙정부에서 야구에 보이는 관심이 매우 크다. 뿌리만 내린다면 지금 우리나라처럼 국민 인기스포츠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우리 지도자들과 관련 산업들이 진출해 올릴 성과가 무궁무진하다.”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건가.

“라오스 정부는 ‘정부와 개인’간의 사업을 절대 진행시키지 않는다. 개발도상국들의 특징인데, ‘정부 대 정부’로 일을 추진시키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내가 지난 1년간 우리 정부의 행정적 지원을 얻어내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라오스는 이미 야구장 건설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야구장 건설비용 자체만 우리정부에서 부담하면 되는데, 이것이 최종단계에서 탈락했다. 라오스 교육체육부 장관이 국회를 방문했는데도, 결과가 좋지 못했다. 매우 난처한 상황이다.”

-너무 먼 미래라 관계자들이 공감하지 못 하는 것은 아닐까.

“지금의 국내프로야구 인기에 만족해서는 절대 야구 저변확대를 이룰 수 없다. 잠재성이 있는 곳에 투자를 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간단한 예로 베트남, 태국 등에는 이미 일본야구 관계자들이 상당수 들어가 있다. 무서운 것은 불모지였던 라오스에도 이제 진입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사사키 가즈히로 같은 일본 레전드들이 당장 1월에 라오스를 방문한다. 일본의 선진야구라 함은 기술적인 부분만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야구의 세계화 측면에서도 이미 우리를 앞지르고 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겠다.

“내 사전에 포기란 없다. 야구저변확대는 국내외적으로 지금부터 당장 시작해야 한다. 누가 알아주길 바라며 시작한 일이 아니다. 후배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또 팬들에게 더 양질의 야구를 보여드리기 위해 내 스스로 선택한 길이다. 주춧돌만 쌓을 수 있어도 행복하겠다. 이후 열리는 열매는 누가 가져가도 좋다.”

인천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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