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민♥김다영 “‘일등이’ 가진 날부터 남편도 계속 1등만 하더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1월 17일 05시 45분


2014년 결혼한 한영민·김다영 기수는 한국경마 최초의 부부기수다.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한영민 기수와 출산 후 복귀한 김다영 기수는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이 되며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 | 한국마사회
2014년 결혼한 한영민·김다영 기수는 한국경마 최초의 부부기수다.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한영민 기수와 출산 후 복귀한 김다영 기수는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이 되며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 | 한국마사회
■ ‘한국경마 1호 부부 기수’가 사는 법

남편 한영민 기수, 아빠 되자 승승장구
“가족 생기니 책임감…예전보다 더 집중”
아내 김다영 기수도 출산 후 첫 복귀전
경주선 경쟁자로…끝나면 잉꼬부부로


한국경마 최초로 부부의 연을 맺은 한 쌍의 기수가 있다. 말(馬)하면 떠오르는 제주도에서 기수로 만나 2014년 결혼에 골인한 한영민(만37세), 김다영(만31세) 부부. 출산 후 ‘사랑꾼’을 타고 다시 제주 경마로 돌아온 김다영 기수가 “도르라도르라”(달려라달려라의 제주 방언)를 외치는 소리가 반갑기만 하다.

● 18년 기수 생활 중 최고 전성기 맞아, 사랑과 명예 모두 손에 쥐다

두 사람은 성격이 정반대다. 한영민 기수는 조용하고 꼼꼼한 반면, 김다영 기수는 활발하고 밝다. 하지만 둘은 서로에게 없는 모습에 반했다고 한다. 기수로서 힘든 점을 상담하며 연인으로 발전했고, 2014년 한국경마 최초의 부부 기수로 화제를 모았다.

1999년 6월 데뷔한 한영민 기수는 요즘 18년간의 기수 생활 중 최고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2016년 JIBS배, KCTV배, 제주마 브리더스컵 등 총 3번의 대상 경주에서 우승했고, 500승 달성 등 좋은 기록을 연달아 올렸다. 1년간의 성적을 통틀어 뽑는 ‘렛츠런파크 제주의 최고 기수’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올시즌에는 개인통산 600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두 사람 사이에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면서 아버지가 되는 겹경사를 누리고 있다.

한영민-김다영 부부
한영민-김다영 부부

● 무용과 수석 졸업생에서 기수로, 그리고 엄마로

김다영 기수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한양대 무용과 수석 졸업 후 국내 최고인 ‘국수호 디딤무용단’에 입단해 무용 엘리트의 길을 걸었다. 그러다 제주경마 기수 후보생 원서접수 마감일이 3일 남았을 때 돌연 지원서를 냈다. 작은 키 때문에 무용에서 주인공의 어린 시절 역할밖에 들어오지 않는 등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녀는 24살의 나이로 1년의 교육 과정을 거친 뒤, 제주도 기수로 데뷔했다. 이후 우수한 성적을 올리던 김다영 기수는 지난해 7월9일 경주에서 우승 후 컨디션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병원을 찾았다가 임신 4주차라는 소식을 듣게 됐다.

김다영 기수는 “결혼 후 2년 만의 아기라 정말 기뻤다. 1등을 한 경주에 함께 한 아이여서 태명을 ‘일등이’라고 지었는데, 일등이가 뱃속에 있는 동안 남편도 대상경주에서 연속 우승하고 최우수 기수도 됐다. 우리 부부는 일등이가 그 영광을 선물해주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잠시 경마장을 떠났던 김다영 기수는 10월20일 제주 경마팬들의 곁으로 돌아왔다. 경주마 ‘사랑꾼’을 타고 복귀 첫 경주를 치렀다.

● 경쟁자이자 파트너로

부부 기수로서 좋은 점은 무엇일까. 김다영 기수는 같은 일을 하다 보니 상대의 힘든 점을 많이 이해해줄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경주마들을 조교하고 매주 경주에 나가는 만큼 기수는 체력적으로 힘든 직업인데, 둘 다 그 고충을 잘 아니까 이해해줄 수 있다. 또 같은 직업의 선배를 남편으로 두다 보니 잘못된 진로 변경이나, 다른 기수를 방해하는 등의 잘못을 하면 바로잡아주는 것도 좋다.”

결혼 후 성적이 상승세인 한영민 기수는 “평소 경주를 앞두고 예민해지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결혼 후 심리적으로 많이 편안해졌다”며, 결혼이 기수 커리어에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가족이 생기니 예전보다 더 책임감을 느끼고, 경주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고 소개했다.

서로 삶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부부지만, 같은 경주에 나가면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 응원해주는 팬들도 있지만 간혹 부부라서 봐주는 것 아니냐는 오해도 받을 수 있어 더 최선을 다한다. 둘 다 인기마를 탄 날에는 워낙 집중해 한영민 기수는 과다채찍으로 제재를 받은 적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물론 경주가 끝난 후에는 서로의 성적이 좋지 않으면 위로해주고, 우승하면 서로 축하해주는 사이좋은 부부로 돌아간다.

제주 대표 부부기수는 물론 한국경마 대표 부부기수로 더욱 빛나는 한 쌍이다.

정용운 기자 sadz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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