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KBL에서만 슬그머니 사라진 ‘U파울’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1월 14일 05시 45분


국제농구연맹(FIBA)의 룰 변경으로 U-파울 제도가 도입되면서 가장 혜택을 볼 것이라던 삼성생명의 앨리사 토마스. 하지만 KBL와 WKBL의 서로 다른 판정기준 탓에 토마스는 변화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제공 ㅣ 삼성생명
국제농구연맹(FIBA)의 룰 변경으로 U-파울 제도가 도입되면서 가장 혜택을 볼 것이라던 삼성생명의 앨리사 토마스. 하지만 KBL와 WKBL의 서로 다른 판정기준 탓에 토마스는 변화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제공 ㅣ 삼성생명
박신자컵땐 적용…리그선 파울 안불어
KBL은 U파울 반영…이상한 이중잣대


국내 남여 프로농구는 모두 국제농구연맹(FIBA)룰을 기반으로 한다. 세계농구의 흐름에 따라가기 위해서다. FIBA는 2016년 10월 룰에 변화를 줬다.

공격권을 가진 팀이 속공을 시도할 때 수비 팀에서 이를 저지할 경우, 심판은 U-파울(언스포츠맨라이크 파울)을 선언하고 공격 팀에 자유투 2개와 공격권을 주도록 했다. 속공을 장려하기 위한 조치다.

남자프로농구를 주관하는 KBL은 2015년부터 U파울을 적용해왔다. FIBA의 U-파울 기준은 KBL의 U-파울 기준을 상당부분 반영했다. 장준혁 KBL심판부장은 “KBL의 U-파울과 80∼90%가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지난여름 강원도 속초에서 열린 박신자컵 대회에서 U-파울을 적극 반영하는 등 FIBA의 룰에 맞춰가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당시 U-파울이 적용되면 앨리사 토마스(25)를 보유한 삼성생명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토마스는 리바운드 이후 본인이 볼을 몰고 원맨 속공을 시도하는 데 강점을 가진 선수다. WKBL 심판부는 시즌 전 연습경기 때 속공을 저지하는 수비수에게 어김없이 U-파울을 선언했다.

문제는 정규리그다. 갑자기 U-파울이 사라졌다. 대놓고 속공을 자르는 상황에서도 일반 파울만 선언된다. 토마스는 “올 시즌부터 속공 상황에서의 파울 규정이 바뀌었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이점을 누리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올 시즌 내게는 단 한 번도 U-파울이 불리지 않았다. 지난시즌과 똑같다”고 했다. WKBL측은 “연습경기 때 U-파울이 자주 불리면서 이제는 선수들이 속공 때 파울을 의도적으로 피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빈도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선수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A구단의 한 선수는 “연습경기 때는 U-파울이 많이 나왔다. 정규시즌 들어서는 다르다. 거의 불리지 않는다. 속공 때 파울을 해도 U-파울은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지난시즌과 달라졌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FIBA의 U-파울 적용을 상당 부분 반영한 KBL은 U-파울이 아닌 상황마저도 심판들이 이를 지적해 오심 논란이 일어날 정도다. 빈번하게 U파울이 불리는 KBL과 WKBL은 완전히 다른 모양새다. 남자프로농구 어느 구단의 스카우트는 “KBL과 WKBL이 같은 FIBA 룰을 사용하는데 판정은 다르다. 한 나라에서 같은 룰을 적용하고 있는데 판정은 다른 농구를 하고 있으니 아이러니 하지 않는가”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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