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전의 장소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의 영욕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9월 5일 05시 45분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우즈벡 명문구단의 번영과 몰락 현장
클럽하우스·보조훈련장 등 시설 최고


9월 5일(한국시간)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마지막 경기가 열릴 3만5000명 수용규모의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은 현지인들에게는 아주 특별한 장소다.

우즈베키스탄 프로축구 최고의 명문 분요드코르가 홈으로 사용하는 이곳에서 우즈베키스탄 대표팀이 주요 A매치를 소화하고 있다. 우리 대표팀은 9월 2∼3일 두 차례 풀 트레이닝을 메인 스타디움 옆 보조구장(7번 필드)에서 진행했고, 경기 전날(9월 4일) 마지막 공식훈련은 메인 필드에서 했다.

시설은 최고 수준이었다. 선수단 전용 클럽하우스와 조명시설이 딸린 7개 훈련장은 마치 한국축구의 요람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를 연상케 했다. 물론 우즈베키스탄 리그 모든 팀들의 사정이 똑같지는 않다.

분요드코르만 좀더 특별했다. 정치권의 비호 속에 폭발적으로 성장한 배경 탓이다. 26년 장기집권을 하다 2016년 9월 사망한 이슬람 카리모프 전 대통령의 장녀 굴라나 카리모프가 구단주를 맡으면서 엄청난 투자가 이뤄졌다.

천연가스 사업으로 부호가 된 굴라나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었다. 이 과정에서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전 브라질대표팀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고, 브라질 영웅 히바우두를 영입했다.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오르는 등 맹위를 떨친 것도 이 무렵이다. 인프라 확충 단계에서 홈구장도 함께 건립됐다. 낡고 오래된 자르 스타디움를 버리고 2012년 완공된 지금의 경기장으로 안방을 옮겼다.

하지만 아름다운 역사는 영원할 수 없었다. 일선에서 물러난 굴라나가 구단 경영을 포기하면서 금세 쇠퇴기로 접어들었다. 아시아 강호의 이미지도 많이 퇴색됐다. 축구 인기도 많이 시들해졌다. 이제 리그 경기 평균관중은 1만여 명 정도다.

이는 자국 대표팀에도 영향을 끼쳤다. 앞서 치른 우즈베키스탄의 최종예선 홈경기는 2만 명 정도의 관중이 모였다. 경기장 수용규모의 절반을 살짝 넘겼다. 물론 이란전에는 3만4000명이 입장해 대조를 이루긴 했다. 한국전을 앞두고 만원관중의 기대가 나온 배경이다. 그래도 짧지만 강렬한 추억을 되새기려면 이곳만한 곳이 없다.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만난 우즈베키스탄 축구 관계자는 “이곳은 잠시나마 우리가 아시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해준 장소다. 소중한 기억이 가득한 여기서 우리는 새로운 역사를 이룰 것”이라며 한국전을 앞둔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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