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 선수들 마음 어루만지는 KIA 김기태 감독의 배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7월 29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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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김기태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 김기태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 김기태 감독은 최근 전력분석팀에 어떤 데이터를 요청했다. KIA 서동욱이 KBO리그에서 볼 회전수가 많은 투수를 상대로 어떤 성적을 냈는지를 찾아달라고 한 것이다.

꽤 두툼한 자료를 받은 김 감독은 서동욱을 불러 그것을 직접 전달했다. “너, 타율이 얼마냐?”는 물음과 함께. 서동욱은 “3할입니다”라고 답했다. 김 감독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짧은 만남이었지만 많은 말은 필요치 않았다. 서동욱은 KIA에서 빠질 수 없는 전력이다. 유격수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과 외야수까지 가능하다. 그러면서도 타율은 3할 안팎을 쳐내고 있다. 그러나 7월 타율이 2할대 중반으로 주춤한 상태다.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했겠지만 꾸준한 경기 출장이 힘든 것을 빼놓을 수 없다.

상황에 따라 벤치에 앉기 일쑤고, 나와도 투입 타이밍과 포지션이 일정치 않다. 아무리 경험이 있는 선수라도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김 감독이 손수 자료를 찾아준 것은 이런 현실을 감수하고 있는 선수에 대한 미안함과 배려가 담겨있을 것이다. KIA 타격훈련 때, 김 감독은 좀처럼 나서지 않는다. 단 서동욱이 배팅케이지에서 치고 있으면 잠깐이라도 조언을 해주는 모습을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목격했다.

강한 팀은 주전의 힘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벤치의 선수들, 특히 베테랑이 어떤 마음과 표정으로 앉아있는지가 그 팀의 보이지 않는 전력이다. 경기에 나가지 못해도 사심 없이, 팀을 위할 수 있는 마음이 저절로 만들어질 순 없다. 그런 ‘폴로우십’을 끌어내는 역량은 곧 감독의 영역이다. 좋은 선수를 모아도 성적이 안 나는 팀이 비일비재하다. 벤치의 선수들을 어루만지는 김 감독의 눈길, 그것이 KIA를 받치는 저력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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