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성부른 떡잎들의 딜레마, 해외파도 K리거도 ‘뛰어야 산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6월 2일 05시 45분


바르셀로나 소속 이승우-백승호(오른쪽). 스포츠동아DB
바르셀로나 소속 이승우-백승호(오른쪽). 스포츠동아DB
■ U-20 대표팀 결산 <하>

U-20 선수들, 프로팀서 주전 출전 드물어
23세 이하 선수 출전 강제하는 규정보다
육성 시스템 구축·인식전환 필요한 시기


푸릇푸릇한 20세 청춘의 월드컵이 끝났다.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코리아 2017’에서 최대한 높은 곳으로 뻗어나가려던 한국축구의 도전은 16강에서 멈췄다. 안타까운 결과지만, 최선을 다하며 열정을 쏟았기에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하다. U-20 태극전사들이 포르투갈에 1-3으로 패한 30일 천안벌에서 울려 퍼진 “괜찮아”의 우렁찬 외침 또한 오늘의 아쉬움을 내일의 희망으로 바꾸자는 격려와 의지의 또 다른 표현이었다. 쉼 없이 달려온 U-20 태극전사들의 발자취와 한국축구의 현주소를 2회에 걸쳐 돌아본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상> U-20 월드컵에서 드러난 명암
<하> 체계적 육성 시스템을 구축하자!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코리아 2017’에서 잉글랜드(조별리그 3차전), 포르투갈(16강전)에 내리 무릎을 꿇었다. 여기서 우리와 유럽 강호들의 근본적 차이가 드러났다. 볼 키핑이다. 상대는 부드럽게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어갔지만, 한국선수들은 뭔가에 쫓긴 듯 유난히 허둥거리며 실수를 연발했다. 볼을 간수한다는 것은 그만큼 여유롭다는 반증이다. 수시로 실전을 치르며 경기체력이 뒷받침된 덕분이다.

우리 선수들은 그 반대였다. 대회 최종 엔트리 21명 중 11명이 대학생이다. 나머지 10명 중 3명은 해외(스페인·일본), 7명은 프로에 몸담고 있다. 기본적으로 아마추어와 프로는 수준이 다르다. 실력은 동일 연령대 최고 수준인 만큼 어느 정도 출전 기회는 주어지지만, 이를 꾸준히 향상시킬 수 있는 환경은 갖춰져 있지 않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프로 소속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점이다. 프로에선 U-20 선수에게 사실상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고려대 재학중인 조영욱. 스포츠동아DB
고려대 재학중인 조영욱. 스포츠동아DB

8강 진출에 실패한 직후 U-20 대표팀 신태용 감독은 반년여의 짧은 준비과정을 함께한 제자들에게 “뛰어야 산다”는 진심어린 조언을 남겼다. 스스로 살 길을 찾으라는 의미다. 제 아무리 유럽 빅리그, 명문 클럽에 몸담고 있더라도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면 큰 무대에서 역량을 발휘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A대표팀의 다양한 사례에서도 드러났다. 특히 18∼20세 선수들로 꾸려진 U-20 대표팀의 경우에는 성장단계의 끝자락에 놓여있는 만큼 꾸준한 출전이 몹시 중요하다.

확실한 육성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될성부른’ 떡잎을 선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무럭무럭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좋은 선수는 단기간에 완성될 수 없다.

그러나 한국축구의 현실은 어둡다. 아직 초기단계인 프로 산하 클럽 시스템은 여전히 상급학교 진학을 우선시하는 학부형들의 고민과 제도적 한계로 인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기대된 R(리저브)리그에도 K리그 모든 팀들이 참여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1군 부상선수 점검 등을 위한 무대 정도로 전락해 취지가 다소 변질됐다. 23세 이하 선수 출전을 강제하는 규정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정책 및 제도의 변화, 그리고 인식전환까지 할 일이 너무 많은 한국축구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