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 기적’ 산파 정몽원 회장
안양 한라 창단-아시아 리그 창설… 핀란드 팀 인수 등 아낌없는 투자
백지선 감독 영입도 ‘신의 한 수’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의 역사적인 월드챔피언십(톱 디비전·1부 리그) 진출 원동력을 설명할 때 반드시 언급해야 하는 사람이 있다. 2013년부터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62)이다.
1994년 안양 한라(전 만도 위니아)를 창단한 정 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아이스하키 마니아다. 1997년 금융위기로 그룹이 큰 위기에 처했을 때 그는 알짜 회사들을 매각하면서도 아이스하키 팀만은 지켰다.
“20년 넘게 왜 비인기 종목을 운영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는 “아이스하키를 통해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도전정신을 배웠다”고 말했다.
한국 아이스하키는 정 회장의 주도로 2003년 창설된 한중일 리그를 통해 선진 아이스하키를 배울 수 있었다. 리그 출범 당시 안양 한라 직원이던 양승준 협회 전무는 “일본 팀들은 수준이 낮다며 한국 팀과의 교류 자체를 꺼렸다. 초창기만 해도 큰 점수 차로 지던 한국 팀들이 해를 거듭할수록 일본 팀들을 따라잡았다”고 했다.
정 회장이 2013년부터 가동한 ‘핀란드 프로젝트’는 한국 아이스하키 발전에 기폭제가 됐다. 안양 한라는 2012년부터 아이스하키 강국인 핀란드 2부 리그에 선수 10명을 파견했다. 하지만 그 선수들이 좀처럼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자 이듬해엔 핀란드 2부 리그 팀 키에코 반타 구단을 아예 인수해 선수들에게 경험을 쌓게 했다.
상무를 아시아리그에 편입시켰던 것도 큰 힘이 됐다. 정 회장이 국방부와 일본 팀들을 설득해 2013∼2014시즌부터 3시즌 동안 상무가 아시아리그에 합류하면서 선수들은 경기 감각을 유지한 채 소속팀으로 복귀할 수 있게 됐다.
2014년 백지선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으로 영입한 것도 ‘신의 한 수’였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 7명을 성공적으로 귀화시키면서 한국 대표팀은 역대 최강의 전력을 구축할 수 있었다.
최근 3년 새 한국은 그동안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일본, 카자흐스탄, 헝가리 등을 완파했고,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으로부터 평창 겨울올림픽 자동출전권도 받았다. 여기에 톱 디비전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한국 아이스하키가 여기까지 오기에는 20년이 넘는 인내와 끊임없는 투자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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