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녹인 23년 열정, 신화 만든 ‘빙판 대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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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하키 기적’ 산파 정몽원 회장
안양 한라 창단-아시아 리그 창설… 핀란드 팀 인수 등 아낌없는 투자
백지선 감독 영입도 ‘신의 한 수’

정몽원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뒤)이 국제아이스하키연맹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A(2부 리그)에서 한국의 1부 리그 승격이 확정되자 신상훈을 끌어안고 기뻐하고 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정몽원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뒤)이 국제아이스하키연맹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A(2부 리그)에서 한국의 1부 리그 승격이 확정되자 신상훈을 끌어안고 기뻐하고 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의 역사적인 월드챔피언십(톱 디비전·1부 리그) 진출 원동력을 설명할 때 반드시 언급해야 하는 사람이 있다. 2013년부터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62)이다.

1994년 안양 한라(전 만도 위니아)를 창단한 정 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아이스하키 마니아다. 1997년 금융위기로 그룹이 큰 위기에 처했을 때 그는 알짜 회사들을 매각하면서도 아이스하키 팀만은 지켰다.

“20년 넘게 왜 비인기 종목을 운영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는 “아이스하키를 통해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도전정신을 배웠다”고 말했다.

한국 아이스하키는 정 회장의 주도로 2003년 창설된 한중일 리그를 통해 선진 아이스하키를 배울 수 있었다. 리그 출범 당시 안양 한라 직원이던 양승준 협회 전무는 “일본 팀들은 수준이 낮다며 한국 팀과의 교류 자체를 꺼렸다. 초창기만 해도 큰 점수 차로 지던 한국 팀들이 해를 거듭할수록 일본 팀들을 따라잡았다”고 했다.

정 회장이 2013년부터 가동한 ‘핀란드 프로젝트’는 한국 아이스하키 발전에 기폭제가 됐다. 안양 한라는 2012년부터 아이스하키 강국인 핀란드 2부 리그에 선수 10명을 파견했다. 하지만 그 선수들이 좀처럼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자 이듬해엔 핀란드 2부 리그 팀 키에코 반타 구단을 아예 인수해 선수들에게 경험을 쌓게 했다.

상무를 아시아리그에 편입시켰던 것도 큰 힘이 됐다. 정 회장이 국방부와 일본 팀들을 설득해 2013∼2014시즌부터 3시즌 동안 상무가 아시아리그에 합류하면서 선수들은 경기 감각을 유지한 채 소속팀으로 복귀할 수 있게 됐다.

2014년 백지선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으로 영입한 것도 ‘신의 한 수’였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 7명을 성공적으로 귀화시키면서 한국 대표팀은 역대 최강의 전력을 구축할 수 있었다.

최근 3년 새 한국은 그동안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일본, 카자흐스탄, 헝가리 등을 완파했고,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으로부터 평창 겨울올림픽 자동출전권도 받았다. 여기에 톱 디비전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한국 아이스하키가 여기까지 오기에는 20년이 넘는 인내와 끊임없는 투자가 있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빙판 대부#정몽원 한라그룹 회장#한국 아이스하키#백지선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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