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18.44m] 롯데, ‘원팀’의 의미를 알아가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4월 5일 05시 30분


롯데는 무려 150억원을 투자해 프랜차이즈 스타 이대호(오른쪽)를 영입했다. 프런트는 분명한 성과를 냈지만 계약마지막 해인 조원우(왼쪽) 감독과 운명 공동체라는 인식으로 시즌을 시작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롯데는 무려 150억원을 투자해 프랜차이즈 스타 이대호(오른쪽)를 영입했다. 프런트는 분명한 성과를 냈지만 계약마지막 해인 조원우(왼쪽) 감독과 운명 공동체라는 인식으로 시즌을 시작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롯데의 최근 마지막 가을야구였던 2012년 준플레이오프 때의 기억이다. 당시 롯데 양승호 감독은 사직구장 감독실 개인 짐을 모두 정리한 뒤, 단기전에 임했다. 패하면 바로 경질이라는 엄혹함 속에서 양 감독이 체감했을 고독감은 당사자가 아니면 헤아릴 수 없는 영역일 것이다. 후임감독인 김시진 감독은 2014시즌 마지막 1경기를 남겨두고, 자진사퇴를 발표했다. 스스로 ‘떠나겠다’는 말이 입에서 나올 때까지 김 감독이 느꼈을 수모와 번민의 시간을 누가 가늠할 수 있을까? 그 다음 이종운 감독은 2015시즌 1년 만에 잘렸다. 그해 시즌 막판 이 감독과 따로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다음시즌 구상을 하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던 모습이 마지막 기억이 됐다. 그리고 후임자 조원우 감독이 다시 야구인생의 경계에 섰다.

# 언젠가 조 감독이 기자에게 물은 적이 있다. “올해 5강에 못 가면 내가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세상에는 굳이 답을 듣기 원해서가 아니라 질문 자체에서 전하고 싶은 바가 담겨져 있을 때가 있다. 기자에게 조 감독의 그 물음은 어쩐지 슬픔으로 들렸다. 그 어떤 정상참작을 달든 성적을 내지 못하면 기약할 수 없는 운명을 직감하고, 조 감독은 시즌에 들어가는 것이다. 불과 40대 나이에 거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막연함은 롯데 감독직을 수락한 순간, 온전히 그의 몫이 됐다. 실적이 없으면 기회도 없는 것이 이 바닥 법칙이라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다만 공평하지 못한 것은 줄곧 이 무거움을 감독 1인에게만 지우는 롯데의 현실이다. 롯데 프런트는 일관되게 원팀, 팀퍼스트 구호를 외쳤지만 정작 현장과 생사고락을 나눈 적은 없었다. 진정성이라는 것은 모를 것 같아도 알 사람은 다 아는 법이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 영혼 없는 공무원 집단 같았던 롯데 프런트에서 몇 년 사이 거의 처음으로 울림 있는 고백을 들었다. “정말 성적 내고 싶습니다.” 글로 옮기면 진부하기 이를 데 없겠지만 그런 말을 들었을 때의 공기와 어조는 진실과 허위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실제로 롯데의 이대호 영입은 150억원이라는 사이즈를 떠나 롯데가 야구단을 대하는 시선의 전환을 의미하는 모멘텀이다. 정황 상, 150억 지출은 아무리 롯데그룹이 재계 5위의 글로벌 대기업일지라도 신동빈 그룹회장이 직접 챙기지 않으면 결재가 어려운 사안이다. 더 큰 변화는 김창락 대표이사와 이윤원 단장이 조 감독과 공동운명체임을 절감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지점이다. 적어도 ‘이대호 데려다줬는데 못하면 감독의 무능 탓’이라는 식으로는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롯데의 2017시즌이 어떻게 끝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강팀의 시작점은 현장과 프런트의 일체감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그 시작은 프런트의 현장에 대한 예우다. 긴 시행착오 끝에 비로소 롯데에서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아름다운 결별을 볼 수 있을 것인가.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