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우리 앞에 나타난 북녘 ‘빙상호케이’ 여전사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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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선수권 출전 위해 남한 방문
1일 강릉 도착하자마자 야간훈련… 막상 첫경기 당일엔 훈련 안해
“강릉 경기 시설-풍경 참 좋다”… 6일엔 사상 6번째 남북대결

“우리는 아이스하키를 ‘빙상 호케이’로 부릅니다. 스틱은 ‘호케이 채’로 부르죠.”

사상 처음으로 한국에서 경기를 하기 위해 한국 땅을 밟은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관계자는 남북한의 용어 차이에 대해 설명했다. ‘호케이’는 ‘하키(hockey)’의 러시아식 발음과 비슷하다.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2 그룹A(4부 리그)에 참가하기 위해 1일 한국에 온 북한 대표팀은 인천국제공항에서 강원 강릉으로 이동한 뒤 첫 경기가 열리는 강릉하키센터에서 1시간 동안 야간 훈련을 했다. 그러나 2일 오전 8시로 예정된 공식 훈련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북한의 숙소인 강릉 라카이샌드파인리조트를 찾아가 보니 선수들은 단체로 리조트 주위를 둘러보며 식사를 하러 가는 길이었다. 북한 대표팀 관계자에게 “훈련을 쉬어도 괜찮으냐”고 묻자 “직접 경기장에 가서 경기하는 것을 보면 알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우리는 투혼 넘치는 경기를 펼치라고 선수들에게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는 한때 세계 13위까지 올랐지만 현재는 26위까지 추락했다. 남북한의 하키 용어 차이에 대해 말하던 그는 “우리도 이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할 텐데…”라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북한의 핵 실험 등으로 남북 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한국을 찾은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이었지만 긴장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선수들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할 때 취재진을 향해 단체로 손을 흔들어 보였다. 베이지색 코트를 단복으로 맞춰 입은 이들은 버스에 올라탄 뒤에는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북한 대표팀을 지켜본 한국 측 관계자는 “어제는 북한 선수들이 지친 듯 조용했지만 오늘은 ‘강릉은 (아이스하키) 시설과 풍경이 참 좋다’고 말하는 등 활력을 찾은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북한 측은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날 북한 관계자와 함께 경기를 본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북한 관계자가 수차례 ‘평창에 오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남북 체육 교류 실무단의 책임자급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 대결’은 6일 오후 9시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다. 한국은 북한과의 역대 전적에서 1승 4패로 열세다. 첫 대결이었던 2003년 아오모리 겨울아시아경기에서 북한에 0-10으로 패한 것을 포함해 4연패를 당하던 한국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4-1로 첫 승을 챙겼다.

한국과 북한의 맞대결 분위기는 ‘냉온탕’을 오갔다. 2003년 첫 대결 때 북한 선수들은 한국의 ‘탈북 선수’ 황보영(은퇴)을 작심한 듯 거칠게

다뤘고 욕을 하기도 했다. 경기 후에도 북한 선수들은 황보영의 악수를 거절했다. 당시 황보영은 “난 친구를 배신한 것은 아닌데 아쉽다”고 말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는 “북한이 우리보다 월등히 전력이 강할 때는 우리 골문 앞까지 와 놓고도 퍽을 빙빙 돌리면서 농락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측이 대결을 거듭하고 서로의 얼굴을 익히면서 ‘빙판 위의 우정’을 나눈 적도 있다. 북한과 세 차례 맞대결을 펼쳐 본 골리 신소정은 “북한 골리와 ‘잘 있어라. 앞으로도 잘해라’라고 서로 격려하며 기념사진을 찍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양측이 선물을 교환하기도 했다. 신소정은 “2011년 카자흐스탄에서 겨울아시아경기가 끝난 뒤에 우리는 스틱과 골리 패드 등 최신 장비를 북한에 선물로 주고 북한 측은 북한산 소주 등을 답례로 건넸다”고 말했다.
 
인천·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빙상 호케이#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아이스하키 북한식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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