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리우 리포트] 강대국들의 피 튀기는 ‘리우 입씨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8월 11일 05시 45분


미국의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가 10일(한국시간)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벌어진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수영 남자 접영 200m와 계영 800m에서 모두 우승하며 자신의 올림픽 통산 20번째, 21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펠프스가 접영 200m에서 20번째 금메달을 따낸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미국의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가 10일(한국시간)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벌어진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수영 남자 접영 200m와 계영 800m에서 모두 우승하며 자신의 올림픽 통산 20번째, 21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펠프스가 접영 200m에서 20번째 금메달을 따낸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약물 전력’ 중국 쑨양 잇단 선전에
호주·미국 취재진·선수 비웃음
펠프스 부항 자국에 러 “약물 효과”

10일(한국시간) 조용했던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올림픽 미디어센터가 갑자기 떠들썩해졌다. 고성이 들린다. 어디에선가 시비가 붙은 모양이다. 조용히 각자의 업무에 열중하던 전 세계 기자들의 고개가 한쪽으로 쏠렸다. 미디어 지원업무를 맡은 브라질 자원봉사자들도 깜짝 놀란 기색이다.

무슨 일인가 싶어 곁으로 다가갔다. 서양 기자 1명과 중국 기자 2명이 거의 말다툼에 가까운 대화(?)를 하고 있었다. 욕설은 없었지만, 양쪽 다 물러설 기미가 없었다. 다만 ‘약물’이 언급된 것을 볼 때 호주 기자처럼 보였다.

얼마 전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우승자 맥 호튼(호주)이 같은 종목 은메달리스트인 쑨양(중국)을 “약물 복용자”라고 비난해 한바탕 난리가 났다. 당시 호튼은 쑨양에 박태환까지 묶어 “약물 복용 선수를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2014년 도핑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을 보인 쑨양의 과거를 언급한 것이다. 중국은 호주에 즉각적 사과를 요구했는데, 호주는 지금도 묵묵부답이다. 이 와중에 남자 배영 100m에서 5위를 차지한 카미유 라코르(프랑스)도 자유형 200m를 제패한 쑨양을 향해 “소변이 보랏빛일 것”이라고 일갈해 파문을 키웠다.

대화를 시작한 외신기자 3명은 금세 5명으로 불어났고, 언제 끝날 줄 몰라 자리를 피했다. 이에 앞서 수영 400m 결승을 지켜보기 위해 올림픽 아쿠아틱스 센터를 찾았을 당시, 쑨양의 역영에 괴성을 지르며 환호하던 중국 취재진에게 미국 기자들은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어 불편한 분위기를 낳기도 했다.

이처럼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통해 거리가 멀어진 것은 호주와 중국뿐이 아니다.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도 묘한 기류가 형성됐다. 미국의 ‘수영영웅’ 마이클 펠프스의 어깨에 선명하게 나타난 부항 자국에 대해 러시아의 한 매체는 “부항은 근육회복 효과가 뛰어나기에 금지약물 효과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부항은 약물과 전혀 다르다. 어느 누구도 국제수영계에서 부항을 금지시켰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없다. 그럼에도 러시아는 억지를 부렸다. 이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지만, 러시아가 리우올림픽 직전 ‘약물 스캔들’로 한바탕 난리를 빚었을 때 강하게 출전 반대 입장을 드러낸 미국과 영국 등에 서운함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양국은 모두 육상에서 강세를 보여왔는데, 러시아 스타들이 불참하면 미국이 상대적으로 많은 이득을 본다.

올림픽은 지구촌 화합의 장이지만, 한편으로는 뜨거운 경쟁의 무대이기도 하다. 승자와 패자의 명암이 극명히 엇갈리기 때문이다. 메달 개수에 따라 국가별 순위도 나뉜다. 신경전이 과해지면서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이는 강대국일수록 더하다. ‘펠프스의 부항’처럼 근거조차 없는 억지를 부릴 때도 종종 있다. 이래저래 화젯거리가 많은 리우올림픽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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