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닝·방어율, 사라진 토종 우완 에이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8월 10일 13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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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LA 다저스), 김광현(SK), 양현종(KIA). 사진제공|ⓒGettyimages이매진스·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류현진(LA 다저스), 김광현(SK), 양현종(KIA). 사진제공|ⓒGettyimages이매진스·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토종 우완 에이스가 없다’는 말은 최근 수년간 나왔던 얘기다. 국제대회 때마다 오른손 선발 자원의 부족으로 대표 선발 때부터 난항을 겪어왔다. 내년에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가 열리는데 1라운드를 사상 처음 한국에서 개최한다.

그러나 우완 부재 현상은 여전하다. 최근 수년간 한국 대표팀을 이끈 에이스들은 류현진(LA 다저스)과 김광현(SK), 양현종(KIA) 등 모두 좌완이었다. 윤석민(KIA)을 제외하면, 대표팀에서 두각을 드러낸 오른손 선발투수는 전무했다.

올해도 오른손 에이스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에이스의 필수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이닝소화력과 얼마나 점수를 주지 않았는지를 알 수 있는 투구이닝과 방어율 순위만 봐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많은 이닝을 던지는 게 목표”라는 투수들이 늘고 있다.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키며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해 불펜진의 짐을 덜어주는 ‘이닝이터’들은 144경기 체제의 장기 레이스에서 매우 높은 가치를 가진다.

9일까지 투구이닝 상위 10위권 안에 국내 투수는 4명. 팀 동료 헥터 노에시(147.1이닝)에 이어 양현종이 145.1이닝으로 전체 2위·토종 1위를 기록했고, 두산 유희관이 137.2이닝(5위)으로 뒤를 이었다. 삼성 윤성환은 135.1이닝(6위), 넥센 신재영은 122이닝(공동 10위)을 기록 중이다.

방어율 순위도 비슷하다. 규정이닝을 채운 19명의 투수 중 방어율 상위 10위 안에 든 토종 투수는 마찬가지로 4명이다. 방어율 3.47로 전체 3위에 오른 신재영이 국내 투수 중 가장 좋은 기록을 보였고, 양현종(3.53·4위)과 두산 장원준이 (3.55·5위) 뒤를 이었다. 유희관이 4.31로 10위에 턱걸이했다.

이 중에서 윤성환과 신재영만이 우완이다. 윤성환은 마운드가 무너진 팀 사정상 등판하는 날마다 긴 이닝을 책임지고 있다. 구위가 많이 떨어졌고, 방어율은 4.66(공동 12위)에 이른다. 신재영은 신인이라는 점 외에도 사이드암 투수라는 특수성을 갖고 있다. 희소성이 있지만, 반대로 대표팀에 부족한 오른손 정통파는 아니다.

외국인투수들에게 밀리고, 왼손투수들에게 밀려 우완 정통파의 입지가 좁아지는 게 현실이다.

프로에서 선발로 키우기보다 당장 쓰기 좋은 불펜투수를 시키는 일도 다반사다. ‘뉴페이스’의 등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우완 부재 현상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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