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토픽] 축구도 ‘비디오 판독 시대’ 오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7월 29일 05시 45분


타 종목들에 비해 보수적인 축구는 비디오판독 대신 전통적 방식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이제 그 벽을 허물 준비를 하고 있다. 국제축구평의회(IFAB)는 판정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본격적으로 비디오판독 시스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KBO리그에선 2014시즌 후반기부터 비디오판독을 실시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타 종목들에 비해 보수적인 축구는 비디오판독 대신 전통적 방식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이제 그 벽을 허물 준비를 하고 있다. 국제축구평의회(IFAB)는 판정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본격적으로 비디오판독 시스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KBO리그에선 2014시즌 후반기부터 비디오판독을 실시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네덜란드, 2016∼2017시즌 도입
12월 클럽월드컵선 시험운영 예정
골·레드카드·페널티킥 여부 등 한정
시스템구축에 수백억…갈길 먼 K리그


국제축구평의회(IFAB)가 최근 미국 뉴저지에서 흥미로운 워크숍을 진행했다. IFAB는 축구에 비디오판독 도입이 가능한지를 직접 실험했다. 경기장에 비디오 부심(비디오 어시스턴트 레프리)을 배치했다. 비디오 부심은 경기 도중 일어난 결정적 상황에 대해 동영상 리플레이를 보고, 주심이 룰을 정확하게 적용했는지 확인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주심의 판정이 번복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축구는 타 종목에 비해 보수적이다. 다른 종목들이 판정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비디오판독을 도입할 때도 축구는 첨단기술의 도움을 받는 대신 전통적 방식을 고수했다. 그러나 이제 그 벽을 허물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도 이번 워크숍에 참석했다. 연맹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비디오판독 시스템 구축을 위한 다양한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다.

첫 정식 도입 앞둔 네덜란드

IFAB는 이 시스템을 지난 수년간 꾸준히 테스트했다. 네덜란드에서도 2년간 비디오판독이 실제 경기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가동될지 실험했다. 경기 결과에 직접 반영한 것은 아니다. 비디오 부심과 주심이 실제로 커뮤니케이션을 하진 않았다. 주심의 판정이 정확한지를 비디오판독으로 확인하는 데 필요한 시간, 비디오판독으로 인해 늘어날 경기시간 등을 점검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판정 오류를 수정할 수 있지만, 판정을 확인하기까지의 평균 시간이 적지 않게 걸렸다고 한다. 종목 특성상 볼이 없는 지역에서도 판정을 확인해야 할 장면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 경기에서 비디오판독을 적용하려면 판정을 확인하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자칫 경기가 너무 끊어지고, 흥미를 크게 반감시킬 수 있어서다.

아울러 모든 상황에 대해 비디오판독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비디오 부심 또는 주심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때만 비디오판독을 실시한다. 양쪽 벤치는 비디오판독을 요청할 수 없다. IFAB는 골의 성공 여부, 레드카드로 인한 퇴장, 페널티킥의 선언 여부, 옐로카드를 줘야 하는 선수 확인 등 경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4가지 요소로 한정했다.

네덜란드는 2016∼2017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리는 프리시즌 경기와 FA컵에서 실제 비디오판독을 진행할 예정이다. IFAB와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와 별도로 올해 12월 일본에서 열릴 클럽월드컵 때 비디오판독을 시험 운영할 계획이다.

국내 도입은 가능할까?

K리그에서도 판정과 관련한 시비는 끊이질 않고 있다.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지만, 심판교육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경기 후 비디오판독을 실시하고 있지만, 경기 결과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레드카드를 받아야 할 상황인데 옐로카드에 그친 경우, 레드카드를 받은 선수의 추가징계 여부, 퇴장 판정의 적절성 여부 등을 확인하는 차원에 그치고 있다. 경기 후 비디오판독에 따라 판정이 과했거나 약했다는 결과가 나오는 경우, 경기 결과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팀들이 적지 않게 나오는 실정이다. 만약 경기 중 비디오판독이 도입되면 이러한 문제가 어느 정도는 해소될 전망이다.

비디오판독을 실시하기 위해선 우선 필요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IFAB는 비디오판독을 위해 별도의 시스템을 구축했다. 비디오 부심이 원하는 화면을 언제든 확인할 수 있도록 자체적 시스템을 마련했다. 이를 위해 수백억 원의 비용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시스템 구축이 K리그 실정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비용을 마련해 시스템을 갖추더라도 완전할 수는 없는 만큼 반드시 테스트 기간을 거쳐야 한다. IFAB는 이번 워크숍에 참가한 각 나라의 프로리그 관계자들에게 “최소 3개월, 시스템을 테스트할 기간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충고했다.

K리그에서뿐 아니라 각종 국제대회에서도 판정 논란은 늘 뒤따랐다. 판정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6심제를 도입하기도 했지만, 시비는 잦아들지 않았다. K리그에서 비디오판독으로 주심의 판정이 바뀌어 각 팀과 팬들의 불만이 최소화될 날이 언제쯤 올지 궁금하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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