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구 작은 여성 투수, 男 못지않게 투구 속도 높인 비결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6일 23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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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과 관절을 최적으로 활용해 야구공을 의도한 대로 잘 던졌을 때 온몸에 전율을 느껴요. 야구 경기를 뛰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연구에 활력도 얻죠.”

대전에 있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정초록 유전체의학연구센터 책임연구원(44)의 ‘야구 예찬’이다. 그는 대덕연구단지 내 연구소들이 참여하는 야구 대회 ‘사이언스리그’에서 참여한 28개 야구단 중 유일한 여자 선수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크립) 야구부’의 중간계투 투수로 활약 중이다.

정 연구원은 동물실험을 대체할 인공장기 모델인 ‘오가노이드’ 연구를 주도하는 과학자로 평소에는 10시까지 실험실을 지킨다. 그러다가 수요일 저녁이면 어김없이 투수로 땀방울을 흘린다. 주말에 열리는 야구 시합에도 빠지지 않는 야구광이다.

키가 160cm가 채 안되는 작은 체구이지만, 그를 만만한 상대로 여기는 타자는 없다. 남자 투수에 뒤지지 않은 시속 85~90㎞의 직구를 던지고 커브와 슬라이더 등 변화구도 다양하게 구사하기 때문이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의 공에 놀라는 타자들이 많다.

과학도답게 자신의 투구를 정확하게 ‘관찰’하며 실력을 높였다. 그는 “뒤쪽 발에서 앞쪽 발로 체중을 이동시킬 때의 가속도와 어깨 회전으로 만든 회전력을 일치시키는 게 중요한데, 던질 때마다 속도와 궤적을 함께 점검해 최적의 자세를 찾아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그는 초등학생 때 어린이 야구단인 ‘리틀 자이언츠’에 가입하면서 야구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당시 롯데의 최동원 선수에게 반해 투수가 될 꿈을 꾸게 됐다”고 말했다. 부산대 미생물학과 재학 시절에도 틈날 때마다 남자 선배들과 야구를 했고, 5년 전 크립 야구부가 창단될 때는 창단 멤버로 활약했다.

그는 “야구를 하면서 집중력과 체력이 좋아져 연구를 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며 “특히 야구를 하면서 느낀 협업의 중요성 때문에 동료 과학자들과의 팀워크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게 된다”고 말했다.

송경은 동아사이언스기자 kyunge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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