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봐주기’ 바흐와 푸틴 밀월관계 때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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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 주요 사안마다 러 입장 대변… 이번에도 “도핑 무관용” 원칙 뒤집어
獨 신문 “바흐는 푸틴의 푸들”

바흐 IOC 위원장(왼쪽)과 러시아 푸틴 대통령.
바흐 IOC 위원장(왼쪽)과 러시아 푸틴 대통령.
“최우선 과제는 도핑과의 싸움이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깨끗한 대회로 치르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 할 것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달 집행위원회를 연 뒤 도핑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하지만 이 원칙은 불과 한 달 만에 깨졌다. 원칙대로라면 IOC는 국가적인 도핑 개입 사실이 드러난 러시아에 대해 리우 올림픽 출전 금지 조치를 내려야만 했다. 하지만 IOC는 러시아 선수단의 리우 올림픽 참가 여부를 각 종목 경기 단체에 넘기는 교묘한 방법으로 러시아에 대회 출전 길을 열어줬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도핑에 연관되지 않은 선수들의 보호야말로 내가 그동안 추구해 온 일”이라며 “이번 결정이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깨끗한 러시아 선수들이 피해를 봐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25일 이 같은 결정의 배경으로 바흐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밀월 관계’를 꼽았다. 두 사람이 밀접한 사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2013년 바흐가 IOC 위원장에 당선됐을 때 가장 먼저 축하 전화를 한 사람이 푸틴 대통령이다. 2014년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겨울 올림픽을 계기로 두 사람은 여러 차례 만나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 왔다. 두 사람이 다정하게 커피를 마시는 장면이 여러 차례 사진에 찍히기도 했다. 주요 사안이 생길 때마다 러시아의 입장을 대변해 온 바흐 위원장에 대해 독일 일간지 빌트는 “푸틴의 푸들”이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하기도 했다.

IOC의 결정에 따라 대부분의 러시아 선수가 구제받았지만 엉뚱한 불똥은 최초의 내부 제보자인 율리아 스테파노바에게 튀었다. 러시아의 중거리 육상 선수인 스테파노바는 2014년 처음으로 러시아의 국가적 도핑 실태를 폭로했다. 2013년 도핑 양성 반응을 보인 스테파노바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특별 허가 아래 오륜기를 달고 리우 올림픽에 출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출전을 허가한 IOC가 “도핑에 적발된 적이 있는 모든 러시아 선수의 리우 올림픽 출전을 금지한다”고 선언하면서 스테파노바의 올림픽 출전 꿈도 사라지게 됐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리우올림픽#국제올림픽위원회#ioc#토마스 바흐#푸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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