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코리안 프리미어리거에게 어떤 영향?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6월 27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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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퍼밋 등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해야
비슷한 실력 땐 몸값 낮은 亞선수 유리
독일·스페인·이탈리아리그 눈 돌릴 수도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선언으로 전 세계가 흔들리고 있다. EU는 인도적 차원의 난민수용을 시행했는데, 세금 상당 부분이 난민 복지를 위해 쓰이며 자국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불만이 많았다. 또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난민들이 유입돼 테러 위험이 증대했다는 분석도 브렉시트에 한 몫 했다. 결국 영국은 24일(한국시간) 국민투표로 ‘EU 탈퇴’를 택했다. 물론 브렉시트가 당장 시행되지는 않는다. 최소 2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그 파장은 이미 엄청나다. 세계화에 반하는 ‘신(新) 고립주의’에 대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스포츠도 예외가 아니다.

프리미어리그는 ‘그들만의 리그’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는 ‘축구종가’의 최고 브랜드다. 최고 선수들이 엮는 크고 작은 드라마에 세계가 열광했다. 매년 여름과 겨울 선수이적시장에선 천문학적 자금이 오갔고, 스폰서 희망 기업들이 줄을 섰다. TV 중계권 수익도 상단하다.

그러나 브렉시트로 시스템 전반이 흔들리게 됐다. 가뜩이나 입성 장벽이 높던 EPL이다. 엄격한 취업비자(워크퍼밋) 정책으로 외국인선수들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을 기준으로 한 비자 발급이 대표적이다. 1~10위 국가의 선수는 최근 2년간 A매치 30%, 11~20위는 45%, 21~30위는 60%, 31~50위는 75% 이상 뛰어야 비자 발급의 기본요건을 충족한다. 그나마 친선경기는 제외다. 그러나 EU 회원국 선수들은 해당되지 않았다. A매치 경험이 적은 EU 회원국 유망주들이 제3세계 특급선수들보다 쉽게 EPL에 입성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이제는 영국인이 아니면 무조건 외국인이다. 특급스타들이 발걸음을 다른 곳으로 돌릴 것이란 분석이다. 여기에 중소 클럽들을 중심으로 주요 수익구조로 삼은 영건들의 조기 발굴 및 육성이 어려워지면서 돈도 흐르지 않게 됐다. 독일 분데스리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등이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도 크다. 리처드 스쿠다모어 EPL 회장이 “개방으로 성장한 프리미어리그는 동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 이유다.

코리안 프리미어리거는 볼 수 있나?

지난 시즌 기준으로 EPL의 EU 회원국 선수들은 430여명이다. 이 가운데 100여명은 통상적인 비자 발급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 챔피언십(2부)으로 추락한 뉴캐슬에만 10명이 해당된다. 그래도 기존 인원들이 당장 타격을 입고 새 직장을 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선 스포츠·문화예술인들에 한해, 좀더 폭넓은 기준이 적용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한국선수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미 워크퍼밋을 받은 선수들의 입지는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그간 낮은 FIFA 랭킹으로 인해 항상 까다로운 절차를 거쳤다. 영국 노동청이 즉시 비자를 발급한 사례는 손흥민(토트넘)이 유일하다. 이적료가 1000만파운드(약 160억원) 이상이기 때문이다. 박지성(은퇴), 기성용(스완지시티), 이청용(크리스털 팰리스) 등 전·현직 프리미어리거들이 1차 통과에 실패해 심사위원 3명의 허락을 얻어야 하는 ‘어필코스(appeal course)’를 밟았다. 대한축구협회, 대표팀 감독, 영입 희망 감독 등의 추천서가 필요한 최후의 절차다.

업계 반응은 엇갈린다. 의외로 긍정적 분위기가 많아 눈길을 끈다. 에이전트 A는 “앞으로가 문제다. 기존 선수들이나 진출 희망 선수가 영국 내에서 팀을 찾으려면 분명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예상한 반면 에이전트 B는 “공정한 경쟁이 핵심이다. EU 회원국과 한국 선수들에게 동등한 잣대를 들이댈 수 있다”고 말했다. 축구인 C도 “비슷한 실력을 갖췄다는 전제 하에 몸값 경쟁에서 한국 등 아시아권 선수들이 유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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