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18.44m] 무색무취 SK, 문제는 일관성이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6월 16일 05시 45분


SK 김용희 감독. 스포츠동아DB
SK 김용희 감독. 스포츠동아DB
김용희 감독 사라진 ‘시스템 야구’
선수들 팀 비전 공유 못하는 현실
일관성 있는 ‘SK만의 야구’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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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는 아직도 2011년 8월11일의 ‘트라우마’와 싸우고 있다. 김성근 감독을 경질한 날이자 SK가 현장에 권력을 집중시키는 체제와의 결별을 선언한 순간이다. 야구철학에서 김 감독과 대조적인 이만수 감독이 후임자였다. 그러나 이 감독의 순수한 성품과 별개로 여러 경로의 소통과 조정이 매끄럽지 않았다. 선수단 내 평판이 좋고, 프런트와 얘기가 통하는 김용희 감독이 대안인 것은 수순처럼 비쳤다. 김 감독을 통해 영속적인 ‘시스템’을 심기로 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팀 전체에 비전을 전달할 설득력과 실행력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고심 끝에 SK 프런트는 프리에이전트(FA) 전략 변화, 코치진 개각, 타자친화적인 야구장에 맞는 라인업 구성 등 디테일한 보완을 가했다. 그러나 무기력하고 무색무취한 패턴을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다.

# 야구기자를 하며 가장 안타까운 점 중 하나는 ‘아무리 프런트가 일을 잘해도 야구를 못하면 다 묻히는 현실’이다. 신영철 전 사장 재임 기간 SK는 ‘스포테인먼트 프레임’을 선점했다. 야구장 인프라를 개선했고, 마케팅을 강화했다. 이어 등장한 임원일 전 사장은 잘 드러나진 않아도 누군가는 해야만 했던 ‘소프트웨어적 서비스’에 역점을 뒀다. 주차장 관리혁신, 야구장 IT기능 강화 등이 그랬다. 류준열 현 사장 체제에서는 육성과 마케팅에 걸쳐 야구단의 미래를 담보할 ‘그랜드 디자인’을 설계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성적이 못나면서 노력은 ‘야구나 잘해라’는 식의 조롱으로 폄하되고 있다.

# 그러나 정작 SK가 진짜 아파하는 말은 ‘야구 못 한다’가 아니라 ‘SK야구의 컬러가 무엇인가’란 물음에 대한 답이 없는 현실이다. 한마디로 지금 SK 구성원들은 팀이 어디로 가는지 비전을 공유하지 못한다. 사실 김용희 감독의 ‘시스템 야구’는 KBO리그 풍토에서 꽤 혁신적 목표였다. 그러나 단기 성적이 안 나니까 바로 좌초됐다. ‘멀지만 가야할 길’이라는 구단 안팎의 컨센서스를 확보하는데 김 감독의 소통능력과 역량이 못 미친 탓이다. 야구계에서 김 감독을 두고 “많이 듣지만 정작 움직임이 없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대의를 관철하려면 리더는 위악자가 되어야 할 때가 있는데 ‘좋은 사람 콤플렉스’가 추진력을 저해한 셈이다.

# SK 안팎에서 ‘어떻게 저 멤버로 저런 특징 없는 야구를 할 수 있나’란 한탄을 듣기란 어렵지가 않다. 단지 등에 이름 없는 유니폼 입는다고 팀이 하나가 되는 것은 아닐 터다. 그저 이기는 야구를 하고 싶다면 그토록 극복하고 싶어 했던 김성근 야구와 뭐가 다를까? “잘못된 전략이라도 제대로 밀고 나가면 성공할 수 있다. 반면 뛰어난 전략이라도, 꾸준히 밀지 못하면 반드시 실패한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 CEO 스콧 맥닐리의 경구다. 영광의 시대를 경험했던 SK 선수들에게 ‘우리 야구는 이래야 돼’라고 길을 알려줄 컨트롤타워는 어딜까?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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