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 퍼팅과 자신감까지 굿!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4월 19일 05시 45분


장타에 비해 퍼팅과 쇼트게임이 약점으로 지적받아온 박성현은 지난 3개월 동안 미국 전지훈련에서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은 보완했다. 특히 어프로치에서는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그립을 짧게 내려잡는 방식으로 변화를 줬다. 그립을 짧게 잡고 스윙하고 있는 박성현. 사진제공|마니아리포트
장타에 비해 퍼팅과 쇼트게임이 약점으로 지적받아온 박성현은 지난 3개월 동안 미국 전지훈련에서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은 보완했다. 특히 어프로치에서는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그립을 짧게 내려잡는 방식으로 변화를 줬다. 그립을 짧게 잡고 스윙하고 있는 박성현. 사진제공|마니아리포트
■ ‘장타 여왕’에게 어떤 변화 있었나

3개월간 美전훈 퍼팅·쇼트게임 보완
퍼팅 백스윙 크게 해 거리 정확도 향상
LPGA 3경기 기대이상 성적도 긍정적


박성현(23)이 국내 무대로 복귀했다. 시원스런 장타와 과감한 경기 운영은 박성현의 트레이드마크. 팬들도 그런 매력에 반했다. 박성현은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열린 현대차 중국여자오픈 우승을 차지한 뒤 미국으로 3개월 동안 전지훈련을 떠났다. 그리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세 경기에 출전했다. 약 4개월 만에 돌아온 박성현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정교한 퍼팅, 섬세해진 어프로치

장타자 박성현의 약점은 퍼팅이다. 지난 시즌 드라이브 샷 평균거리 1위(254.28야드), 그린적중률 6위(76.98%)를 앞세운 박성현은 버디율(20.63%)과 라운드 당 평균 버디수(3.71개)에서 1위였다. 그러나 그의 전체 평균 퍼팅 순위는 74위에 그쳤다. 라운드 당 평균 31.15개를 기록했다.

박성현은 작년 12월 말 미국 캘리포니아 주 테미큘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3월 말까지 긴 훈련을 통해 부족했던 퍼팅과 쇼트게임 보완을 계획했다.

15일 경기도 안산의 아일랜드 골프장에서 약 4개월 만에 국내 무대에 출전한 박성현에게서는 단점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이날 퍼팅은 28개였다. 버디 8개를 잡아냈고, 보기는 1개 밖에 하지 않았다. 8개의 버디 중 가장 긴 거리는 6m였고 가장 짧은 거리는 1.5m였다. 대부분의 퍼팅은 2∼4m로 쉽지 않았다.

정교해진 퍼팅은 앞서 미국에서 치른 세 차례 경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JTBC파운더스컵에선 평균 25.75, 기아클래식 28.75, ANA인스퍼레이션 29.5를 기록했다. 12번의 라운드에서 7차례 20대 퍼팅수를 기록했고, 30개 이상은 5차례 밖에 되지 않았다. 파운더스컵 4라운드에서는 퍼팅을 23개로 끝낸 적도 있다.

두 가지 변화가 박성현의 퍼팅을 바꿔 놨다. 첫 번째 변화는 백스윙의 크기다.

박성현은 “예전에는 백스윙을 하다가 말고 퍼팅하는 일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거리 감각이 떨어졌다. 그러나 올해는 백스윙 때 헤드 크기만큼 크게 하고 있다. 그 결과 헤드에 정확하게 맞히는 확률이 높아졌고 거리감각도 훨씬 정확해졌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허리다. 예전에는 일부러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자세에서 퍼팅을 했는데 올해는 살짝 구부려 편안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박성현은 “허리를 살짝 구부린 자세로 바꾸면서 어깨 회전이 더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쇼트게임은 섬세해졌다. 작은 변화가 있었다. 그립을 짧게 잡는 방식으로 바꿨다. 이전에는 그립을 쥘 때 손을 위쪽 끝 부분까지 올려 잡았다. 그러나 전지훈련 동안 손을 샤프트와 연결된 그립의 가장 아랫부분까지 내려 잡는 방식으로 변화를 줬다. 장단점이 있지만, 불필요한 동작을 줄이고 좀더 볼을 정확하게 맞히겠다는 의도다. 변화는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졌다. 박성현은 “예전에는 어프로치 때 그립을 끝까지 잡고 스윙했다. 그러나 전지훈련 기간 동안 그립을 최대한 내려잡는 방식으로 바꿨다. 그 결과 훨씬 정확한 볼 터치가 이루어졌고 실수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 높아진 자신감

LPGA 세 경기를 뛴 박성현은 파운더스컵 공동 13위, 기아클래식 공동 4위 그리고 메이저대회인 ANA인스퍼레이션에서 공동 6위에 올랐다. 기대 이상의 성적은 박성현에게 자신감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장착시켰다. 특히 처음 출전한 메이저대회는 박성현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했다.

박성현은 “예상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거뒀다. 무엇보다 ANA인스퍼레이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자신감을 많이 얻게 됐고, 그런 것들이 경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전지훈련과 LPGA 세 경기 출전으로 기술적인 변화와 자신감이 높아진 반면 박성현 특유의 몰아치기와 공격적인 경기 운영은 그대로다. 즉,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은 그대로 유지했다.

복귀전이었던 삼천리 투게더오픈 1라운드에서는 ‘박성현표’ 공격 골프가 인상적이었다. 박성현은 4개의 파5 홀에서 모두 버디를 잡아냈다. 박성현은 “경기운영에서 달라진 점은 없다. 무조건 공격적인 성향의 경기를 펼치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와 비슷하다”면서 “멀리 쳐놓고 핀에 가까이 붙여서 성적을 올리는 작전을 펼쳤고 그로 인해 파5 홀에서 모두 버디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경험은 박성현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 삼천리 투게더오픈 최종라운드에서 박성현은 신인 김지영과 시소게임을 펼치며 우승을 다퉜다. 한때 2타 차까지 벌어져 우승에 실패하는 듯 했지만, 후반 뒷심을 발휘하며 승부를 연장까지 끌고 갔고 결국 우승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박성현은 “작년보다 많은 경험을 했고 다양한 선수들과 함께 경기하면서 또 다른 경험을 했다. 그런 경험이 한 단계 성장하는 발판이 된 것 같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박성현은 이번 시즌 KLPGA 투어의 강력한 상금왕 후보다. 가장 먼저 2승 고지에 오르면서 대세론에도 힘이 실렸다. 더 강해진 박성현이 김효주(2014년 상금왕·12억897만원)와 전인지(2015년 상금왕·9억1376만원)를 뛰어 넘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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