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키퍼 유망주에서 서울대 체육교육과로…“선수만 축구인 아닙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5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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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원 서울대 신입생.
전태원 서울대 신입생.
“프로축구 선수만 축구인은 아닙니다. 축구 해설가나 행정가로 계속해서 축구를 할 계획입니다”

서울대 사범대 체육교육과에 합격한 전태원 씨(19)의 얼굴에선 자부심이 묻어났다. 잘 나가던 축구선수였지만 과감히 포기하고 공부을 해 서울대 수시모집 일반전형에 합격한 게 자랑스러워 보였다. 서울대 체육교육과는 실기(면접 포함 30%)가 포함 되지만 내신(50%)과 교직인적성(20%) 등 학업능력을 중요하게 평가한다.

그는 고교 시절 골키퍼 유망주였다. 2014년 제37회 대한축구협회장배 전국고등학교 축구대회에서 거제고의 주전 골키퍼로 활약하며 준우승을 이끌었다. 우승은 놓쳤지만 발군의 능력을 인정받아 우수 골키퍼상을 받았다. 하지만 전 씨는 그해 여름 축구를 포기하는 결단을 내렸다. 장신 골키퍼를 선호하는 축구계의 현실을 감안해 180cm 이후 자라지 않는 자신의 신장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렇다고 축구를 포기할 순 없었다. 축구 해설가나 에이전트, 행정가 등 ‘축구인’으로 살 길은 많았다. 그래서 경기 용인 상현고로 전학해 서울대 체육교육과 입학을 목표로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쉽지는 않았다. 축구를 하면서도 공부를 했지만 다른 학생보다 학습량이 턱없이 모자랐다. 그래서 야간자율학습이 끝난 밤 10시 이후에도 매일 새벽 2~3시까지 독서실에서 책과 싸움했다. 그는 “하루 3~4시간 밖에 자지 못했지만 축구로 다져진 체력 덕분에 힘들진 않았다”고 말했다. 주말에는 클럽팀에서 주전 골키퍼로 활동했다. 공부로 쌓인 스트레스를 날리고 체력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전 씨는 결국 1년 반 만에 서울대 합격증을 받았다. 축구를 하면서도 시간을 내 공부했던 게 큰 도움이 됐다. 전 씨는 운동하는 후배들에게 공부를 꼭 병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솔직히 운동과 공부를 함께 하기는 정말로 힘들다. 하지만 자투리 시간을 쪼개 책을 보면 축구를 못하게 되더라도 새로운 인생을 개척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달 2일 신입생이 되는 전 씨는 올해부터 서울대 축구선수로 U리그(대학축구리그)에 참가할 계획이다. 서울대는 엘리트 선수 출신이 거의 없어 ‘동네북’으로 불리지만 서울대 마크가 달린 유니폼을 입는 것만으로도 자랑스럽다. 그는 “축구를 계속 할 수 있어 행복하다. 축구와 공부를 병행해 또 다른 ‘축구인’으로 새 길을 꼭 열어가겠다”라며 활짝 웃었다.

유원모 기자onemo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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