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패 일본 꺾은 한국, 위기마다 신의 한 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1월 24일 05시 45분


프리미어12 한국야구대표팀 김인식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프리미어12 한국야구대표팀 김인식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김인식 리더십을 말하다|<중> 전략가

역시 김인식(68) 감독이 정답이었다. 한국야구가 또 김인식 감독에게 빚을 졌다. 야구국가대표팀이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온갖 악조건을 딛고 이뤄낸 우승이자, 우리 스스로조차 예상치 못했던 성과다. 김인식 감독이라서 가능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평범한 것 같으면서 비범한 김인식 리더십의 특별함을 3회에 걸쳐 재조명한다<편집자 주>.

‘2015 WBSC 프리미어 12’에서 우승하기까지 한국은 2번을 졌다. 개막전에서 일본에 완패를 당했고, 미국을 상대로는 승부치기까지 가서 오심에 발목을 잡혀 패했다. 결국 B조 3위(3승2패)로 8강에 올랐다. 반면 일본은 5전승, B조 1위로 예선을 통과했다. 8강전에서도 베네수엘라를 꺾고 전승 우승의 길목인 준결승에서 한국과 마주했다. 그러나 일본은 한국전 패배 단 한 번으로 복구불능 상태가 됐다. 반면 일본과의 개막전 패배 직후 도미니카공화국전, 미국전 패배 직후 쿠바와의 8강전, 그리고 일본과의 4강전과 미국과의 결승전 등 한국은 몇 차례나 무너질 듯했지만 기어코 되살아났다. 결국 6승2패의 한국이 7승1패의 일본을 제쳤다. 이것이 감독 김인식의 전략가적 면모다.

김 감독의 KBO리그 통산 성적은 980승1032패45무로 승률 5할이 채 안 된다. 0.487의 승률로 김 감독이 ‘명장’의 칭호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큰 경기 반집승부’에 강했기 때문이다.

1995년 OB(두산의 전신)는 LG에 불과 0.5경기 앞서 한국시리즈(KS)에 직행했다. KS에서도 롯데를 4승3패로 아슬아슬하게 이겼다. 2001년 KS에서도 겨우 승률 5할을 넘긴(65승63패5무) 전력으로 81승52패의 삼성을 잡았다. 김 감독은 석패가 아닌 완패를, 완승이 아닌 신승을 지향한다. 진짜 싸움판이 만들어질 때까지 살아남았다가 결정적 단판에 혼신의 전력을 다 쏟는다. ‘내가 먼저 산 뒤 남을 죽이라’는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의 표본이다. 김 감독의 야구는 강해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좀처럼 죽지 않고, 살아남아서 강하다.

누가 봐도 대표팀의 최대 약점은 투수력이었다. 단기전에서 치명적 결점이었다. 그러나 결승까지 8경기에서 대표팀의 팀 방어율은 1.93이었다. 유연한 전술로 전력 자체의 열세를 극복한 것이다. 김 감독이 투구 시 팔의 각도가 전부 다른 4명의 사이드암 투수(정대현·우규민·이태양·심창민)를 대표팀에 발탁한 것에서도 전략가의 포석이 읽힌다.

김 감독은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박찬호의 마무리 기용, 2009년 제2회 WBC에서 정현욱의 필승조 중용으로 상황을 반전시켰다. 프리미어 12에선 차우찬(삼성)이 압권이었다. 선발의 약세가 차우찬의 투입으로 메워졌다. 선입견에 얽매이지 않고, 지금 이 순간 가장 잘하는 투수를 발굴하는 점에서 감독 김인식은 ‘혁신적’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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