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판정 번복률, 한국 38.9%-ML 47.5%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국내심판, 선수 출신 많아 자질 앞서… ML은 TV화면 아닌 별도시스템 구축
KIA-삼성, 50%나 번복돼 ‘매의 눈’

0.389. 잘나가는 타자의 타율이 아니다. 1년 전 시작한 심판 합의판정으로 오심이 구제된 비율이다. 24일이면 한국형 비디오 판독 시스템인 심판 합의판정의 첫 사례가 나온 지 1년이 된다. 심판 합의판정은 한국 프로야구를 어떻게 바꿔 놓았을까.

○ 0.389 vs 0.475

KBO에 따르면 22일까지 심판 합의판정 요청은 모두 355번. 이 중 138번(38.9%)은 판정이 뒤집혔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1991번의 판정 중 946번(47.5%)이 뒤집혔다. 수치로만 보면 한국의 최초 판정이 9%포인트 정도 더 정확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기본적으로 한국 심판 중에는 엘리트 선수 출신이 많아 메이저리그보다 심판 자질이 뛰어나다. 선수 출신이 아무래도 감각이 더 뛰어나다”며 “예전에는 심판들이 직감에 따라 제스처를 취하기 바빴는데 합의판정 실시 후에는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는 경우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홈런에 대한 판정 △외야 타구 페어 또는 파울 △포스·태그 플레이에서 아웃 또는 세이프 △야수의 포구(파울팁 포함) △몸에 맞는 공 등 5가지 사항에 대해서만 합의판정을 하지만 메이저리그의 합의판정은 총 13가지 플레이에 대해서 한다는 것이다. KBO는 올 시즌 종료 후 판독 범위 확대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또 한국은 TV 중계화면을 활용하는 반면 메이저리그는 별도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리플레이 화면에 의한 합의판정이 불가능할 경우 심판의 최초 판정을 최종으로 한다”는 KBO 규정에 따라 애매한 상황에서는 판정을 번복하지 않는 일도 적지 않다.

○ 오심에서 건진 야구

합의판정 도입을 논의하던 때에는 ‘팬들이 지루해 할 수 있다’며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제도 실시 1년 후 팬들은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다. 야구팬 안길수 씨(25)는 “합의판정 신청 기회를 사용하는 것도 감독 전략의 일환이라고 본다”며 “경기를 보는 재미가 늘었다”고 말했다.

감독들은 선발 투수가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는 5회(50번)와 선취점이 달린 1회(47번) 합의판정을 가장 많이 신청했다. 베이스별로는 1루가 126번으로 가장 많았다. 1루는 타자의 생사가 갈리는 베이스다.

10개 구단 중에서는 KIA와 삼성이 50%의 번복 비율을 기록했다. 특히 KIA의 합의판정 번복률은 선동열 감독 시절이던 지난해 36.4%에서 올해 54.8%로 올랐다. KIA 관계자는 “김기태 감독이 실제로 플레이한 선수의 의사를 존중해 합의판정을 요청하는 게 노하우라면 노하우”라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더그 하비 심판은 “내가 옳았을 때는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 내가 틀리면 아무도 잊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KBO는 어떤 심판이 틀렸는지는 기억하지 말라고 팬들에게 부탁하고 있다. 해마다 펴내는 연감에 합의판정 일지를 공개하지만 어떤 심판 판정이 번복됐는지는 명기하지 않고 있다. KBO 관계자는 “심판 프라이버시를 고려해 연감에 공개하지는 않지만 별도로 자료를 취합해 인사고과에 반영하고 있다”며 “예전으로 치면 오심을 내린 것이기 때문에 고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다. 이 때문에 옷을 벗은 심판도 있다”고 전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남권우 인턴기자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