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레이더] 프랜차이즈 배구선수 육성…도로공사·김천시 ‘윈윈 효과’ 노린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5월 27일 05시 45분


도로공사가 경북 김천시에 새롭게 둥지를 마련했다. 김학송 도로공사 사장(왼쪽)과 박보생 김천시장이 21일 열린 연고 이전 협약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도로공사 배구단
도로공사가 경북 김천시에 새롭게 둥지를 마련했다. 김학송 도로공사 사장(왼쪽)과 박보생 김천시장이 21일 열린 연고 이전 협약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도로공사 배구단
도로공사, 연고지 초중고 배구팀 창단지원
김천시도 경기장 사용료·서포터스 등 협조

프로배구팀 연고지 선수·팬 육성정책 절실
KOVO의 근본적인 대책·제도 정비도 필요

2005년 출범해 11시즌을 마친 V리그는 그동안 눈에 띄게 발전했다. 남녀구단이 늘어나는 등 규모가 커졌고, 팬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방송중계권과 타이틀스폰서 계약에서 프로농구를 제쳤다. 방송시청률과 관중 수치도 상승세다. 단 하나 아쉬운 점은 아직 지역연고 정착을 이루지 못한 것이다. 대부분 팀의 연고지는 수도권과 충청권이다. 그런 면에서 1970년 창단해 국내 여자배구단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한국도로공사의 선택은 눈여겨볼 만하다.

● 인구 100만 도시를 떠나 12만 도시에서 새로 출발하는 도로공사

성남을 연고지로 했던 도로공사는 김천에서 새 시즌을 맞는다. 이를 위해 21일 김천시청 회의실에서 연고 이전 협약식을 했다.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의 경우 수많은 프로구단이 탄생했고 몇몇 팀은 연고지를 옮겼지만, 어느 팀도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하진 않았다. 인구와 경제력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상태에서 지방 중소도시로 옮기는 것은 손해이기 때문이다.

도로공사 배구단이 성남을 떠나 김천으로 옮긴 데는 다른 사정도 있다. 모기업이 정부 방침에 따라 지난해 11월 21일 김천 혁신도시로 이전했다. 물론 배구단만은 수도권에 남겨둘 수도 있었지만, 과감히 이전을 택했다. 김천에 새 훈련장과 숙소를 만들고 완전한 연고지 이전을 단행했다. 여자부 최초로 금강 이남에 훈련장과 숙소를 건설했다.

도로공사의 몇몇 베테랑들은 이미 김천시민이 됐다. 진정한 지역연고 정착은 이렇게 시작된다. 선수가 그 지역에 살면서 주민과 함께 호흡해야 진정한 ‘우리 팀’이 된다.

현대캐피탈을 제외한 대부분의 구단은 훈련장 및 숙소가 홈 경기장과 떨어져 있다. ‘훈련 따로, 경기 따로’다. 선수가 연고지 팬들과 접촉할 기회가 경기 외에는 그리 많지 않다. 프로야구가 성공했던 것은 지역 고교선수를 중심으로 한 프랜차이즈 구성 덕분이었다. 각 팀의 연고지 팬 육성정책도 한 몫을 했다.

연고 이전을 앞두고 김천시와 도로공사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다양한 방안을 만들었다. 경기장 사용료 등 비용 측면에서 구단은 많은 혜택을 얻었다. 김천시는 도로공사의 빠른 정착을 위해 어느 정도의 관중 동원도 책임지기로 했다. 지역배구협회가 중심이 돼 서포터스도 모집하고, 지역주민들이 경기장을 많이 찾을 수 있게 유도하는 방안도 협의한다.

● 도로공사의 약속과 프랜차이즈의 진정한 의미

도로공사 김학송 사장은 김천시 관계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한 가지 약속을 했다. 초중고 여자배구팀이 없는 김천시의 상황을 염두에 둔 듯 “만일 김천시가 초중고 여자배구팀을 만들면 도로공사가 이들을 지원해 프로선수로 육성시키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현재 남녀배구의 가장 큰 문제는 프로의 젖줄인 유소년선수의 씨가 말라간다는 사실이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나서서 신생팀을 창단하고, 기존 팀을 지원하고 있지만 효과는 크지 않다. 좀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프로팀에 필요한 우수 자원은 따로 모아 KOVO의 책임 아래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국내선수만으로 모자랄 경우 해외로 눈도 돌려야 한다. 우리 국적의 동포선수 또는 외국인선수를 우리의 교육시스템으로 육성해 프로선수로 만드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메이저리그가 중남미에 야구학교를 건설해 유망주를 키우는 방식을 벤치마킹해도 좋다.

아울러 각 프로팀이 연고학교를 육성하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일도 중요하다. 우리 지역의 아들과 딸이 우리 프로팀에 올 때 진정한 프랜차이즈 선수가 된다. KOVO 이사회에서 할 일은 이를 위해 법을 제대로 만드는 것이다. 각 구단이 연고선수를 의무적으로 몇 명씩 보유하고 출장시키게 해 각 구단에 의무와 권리를 동시에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9인제배구 경북대표선수로 전국체전에도 출전했다는 박보생 김천시장은 “김천이 지방도시지만 큰 도시 못지않게 도로공사 배구단을 잘 모시고 명문구단이 되도록 잘 돕겠다”고 밝혔다. 김천시가 다른 지역에 앞서 유소년지원시스템만 잘 갖춰주면 도로공사는 어느 팀보다 먼저 명문구단이 될 수 있다. 김학송 도로공사 사장은 “스포츠의 결속력은 대단하다. 지역민을 모아주는 힘이 있다. 여자배구를 통해 하나가 되는 역할을 하겠다. 배구 하면 김천을 떠올릴 수 있도록 적극 후원하겠다. 배구선수 인재를 양성하는 김천이 된다면 여자배구의 성지로 바뀔 것”이라고 화답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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