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좌투수 1→3루쪽·우투수 3→1루쪽…판이 달라졌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5월 16일 06시 40분


보통 우완투수는 3루쪽 투수판, 좌완투수는 1루쪽 투수판을 밟고 던지지만 이와는 다른 위치를 선호하는 투수도 있다. 바꾸기도 
한다. 두산 우완 이용찬(왼쪽)은 1루 쪽을 밟고 던지다가 3루 쪽으로 돌아왔고, 삼성 좌완 장원삼은 올 시즌 잠시 1루 쪽을 
밟고 던져보다가 원래대로 3루 쪽으로 복귀했다. 스포츠동아DB
보통 우완투수는 3루쪽 투수판, 좌완투수는 1루쪽 투수판을 밟고 던지지만 이와는 다른 위치를 선호하는 투수도 있다. 바꾸기도 한다. 두산 우완 이용찬(왼쪽)은 1루 쪽을 밟고 던지다가 3루 쪽으로 돌아왔고, 삼성 좌완 장원삼은 올 시즌 잠시 1루 쪽을 밟고 던져보다가 원래대로 3루 쪽으로 복귀했다. 스포츠동아DB
■ 투수판의 비밀

투수판 위치에 따라 공 위력·투구 밸런스 달라
보통 좌투수는 1루쪽·우투수는 3루쪽이 정석
노경은, 몰리는 공 방지 위해 1루쪽 투수판 사용

싱커 주무기인 유희관은 가운데 투수판 밟기도
전 LG맨 주키치 밟는 곳 이동 후 급격히 난조


투수가 마운드 위에서 타자에게 볼을 던질 때 밟는 판을 ‘투수판’이라고 한다. 언뜻 보면 던지는 위치를 알려주는 일종의 ‘표식’ 같지만 그렇지 않다. 가로 61cm, 세로 15.2cm로 된 긴 판을 어떻게 밟느냐에 따라 공의 위력이 달라진다. 투수판 밟는 위치를 조금만 바꿔도 투구 밸런스를 잃어버릴 수 있는 위험성도 도사리고 있다.

● 좌투수는 1루 쪽, 우투수는 3루 쪽?

대개 좌투수는 1루 쪽 투수판을 밟고 던진다. 두산 가득염 2군 투수코치는 “투수가 타자를 상대할 때 투구의 방향이 대각선이 되면 위력이 배가 된다”며 “유소년부터 지도자들이 좌투수는 대개 1루, 우투수는 3루 쪽을 밟으라고 하는 이유다. 예를 들어 좌투수가 1루 쪽을 밟고 우타자를 상대할 때 몸쪽으로 더 예리한 공을 던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좌투수가 우타자의 몸쪽으로 공을 던진다고 할 때 1루 쪽 투수판을 밟고 던지면 공의 궤적이 대각선이 된다. 타자 몸쪽으로 깊숙하게 던진다고 해도 스트라이크존을 걸쳐서 들어가기 때문에 타자들을 속이기 쉽다. 우투수의 경우도 대각선 궤적을 만들기 위해 주로 3루 쪽을 밟고 있다.

● 좌투수 3루 쪽, 우투수 1루 쪽 변경

최근 몇 년 사이 마치 ‘공식’처럼 알려져 있던 투수판 밟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 좌투수라고 반드시 1루 쪽 투수판을 밟지 않는다. 대표적인 예가 삼성 장원삼이다. 그도 2007년까지 1루 쪽을 밟았지만 이후 3루 쪽으로 변경했고 국내를 대표하는 좌완투수로 성장했다. 그는 “슬라이더 때문이었다. 1루 쪽을 밟고 슬라이더를 던지면 공이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몰리는 경향이 있었다”며 “자꾸 맞고 보니 3루 쪽을 밟고 던졌는데 우타자의 몸쪽으로 잘 휘어들어갔다. 그때부터 3루를 밟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두산 노경은, 넥센 문성현 등도 우투수지만 1루 쪽 투수판을 밟는다. 우투수가 투수판의 1루 쪽을 밟으면 서는 위치가 좌타자의 몸쪽 스트라이크존과 거의 일직선이 된다. 즉, 좌타자의 바깥쪽, 우타자의 몸쪽 공의 컨트롤이 용이해질 수 있다. 노경은도 “요즘 나뿐 아니라 많은 우투수들이 1루 쪽을 밟고 던지는 것 같다”며 “내 직구는 공 끝이 말려 들어가는 편이라 3루 쪽을 밟고 우타자의 몸쪽 공을 던지면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몰렸다. 1루 쪽을 밟으면서 바깥쪽 직구 컨트롤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 1루? 3루? 변형도 가능

두산 유희관은 1루, 3루도 아닌 투수판 가운데를 밟는다. 싱킹패스트볼(싱커)의 위력을 배가시키기 위한 방편이었다. 그는 “원래 1루 쪽을 밟고 던졌는데 지난해 가득염 코치님이 ‘가운데를 밟고 던져보라’고 말씀하셨다”며 “싱커가 우타자를 기준으로 스트라이크존 가운데서 바깥으로 휘면서 떨어지는 구종인데 1루 쪽을 밟고 던지면 싱커가 우타자 바깥에서 더 바깥쪽으로 떨어지면서 타자들이 잘 속지 않았다. 가운데를 밟고 던졌더니 제 궤적으로 떨어지면서 쉽게 유인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 투수판 이동? 위험성↑

유희관의 투수판 위치를 조정한 가득염 코치는 “(유)희관이의 경우 주무기가 싱커였다. 싱커가 좋아지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고민하다가 투수판 가운데를 밟고 던져보라고 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희관이뿐 아니라 많은 투수들에게 투수판을 모두 이용해 던져보라고 권한다. 투수마다 투구폼이 다 다르다. 투수판에 따라 사용하는 근육도 다 다르기 때문에 최대한 몸에 무리가 가지 않으면서 구종의 위력을 배가할 수 있는 최적의 투수판 위치를 찾아내야 한다. 나 역시도 현역시절 가운데를 밟고 던졌는데 2군에 있을 때 한 코치님의 가르침 덕분이었다. 우투수는 3루, 좌투수는 1루라는 고정된 틀을 깰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투수판 이동에는 위험이 따른다. 장원삼은 “투수는 민감하다. 투수판 위치가 조금만 바뀌어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신중히 결정해야 할 문제”라며 “나도 올해 변화를 줘보려고 시범경기에서 다시 1루 쪽 투수판을 밟았는데 실패했다. 다시 3루 쪽을 밟고 던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두산 이용찬, 오현택 역시 “1루를 밟고 던져봤는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오히려 밸런스가 무너질 것 같더라. 쓰던 근육이 아니다보니까 몸에 무리가 왔다”고 입을 모았다. 실패 사례도 있다. LG 전 외국인투수 벤자민 주키치는 1루에서 3루로 투수판을 이동했다가 위력적이었던 슬라이더와 컷패스트볼의 공 궤적이 밋밋해졌다. 다시 1루로 이동했지만 한 번 무너진 투구밸런스를 되찾지 못했다. 결국 퇴출 수순을 밟았다. 가 코치는 “투수판 이동은 주로 마무리캠프나 스프링캠프에 시행돼야 한다. 시즌 도중 변경할 경우 자칫 투구밸런스를 잃어버릴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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