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심도 경기의 일부?’ 이제는 시대착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5월 2일 06시 40분


넥센이 1일 잠실 두산전에서 1회 2사 후 윤석민이 삼진아웃을 당한 뒤 스트라이크존과 관련한 항의를 하자 이영재 심판(왼쪽 3번째)과 윤상원 심판(40번)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넥센 벤치 쪽으로 다가가고 있다. 그러자 넥센 이강철 수석코치(왼쪽 2번째)가 말리고 있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넥센이 1일 잠실 두산전에서 1회 2사 후 윤석민이 삼진아웃을 당한 뒤 스트라이크존과 관련한 항의를 하자 이영재 심판(왼쪽 3번째)과 윤상원 심판(40번)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넥센 벤치 쪽으로 다가가고 있다. 그러자 넥센 이강철 수석코치(왼쪽 2번째)가 말리고 있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심판의 위기’ 해결 방안은 없을까?

순간 판단 상황은 많고 번복은 어렵고
오심 증가라기보다 확인 장비가 발달
증원 또는 외국인심판제는 효과 의문
심판이 선수들 군기잡는 것도 문제점
프로야구 팬과 관계자 모두 고민해야

심판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 심판실의 공기는 침울한 차원을 넘어 싸늘함이 감돌았다. 취재진을 향해 “나가주십시오!”라고 했다. 그리고 문을 닫아걸었다. 한참이나 그들은 나오지 않았다. 4월 30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심판들은 침묵으로 그들의 말을 대신했다.

오심을 했다고 경기 중 필드로 난입해 심판을 ‘심판’하려 한 취객, 심판과 선수를 보호할 의무를 지녔음에도 심판이 위해를 당한 뒤에야 경호원 100명 중 고작 1명만 현장에 투입시킨 홈팀 KIA 구단, 그리고 ‘(1루심) 박근영은 그렇게 당해도 싸다’는 마녀사냥식의 대중여론…. 4월 30일 광주에서 심판은 없었고, 프로야구는 존립의 이유를 고민할 상황에 직면했다.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이 오심이 아니라 야구라면, 심판 없이 야구는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 ML 올 시즌 비디오판독으로 40% 판정 뒤집어

연이은 오심. 정말 오심이 많아졌을까. 익명을 요구한 한 코치는 최근 오심 논란에 대해 “오심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오심을 확인할 수 있는 장비가 발달 된 것이 아닐까”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경문 NC 감독은 비디오 판독 도입에 찬성하는 현장 지도자 중의 하나다. 김 감독은 “메이저리그에서 비디오판독을 확대하기 전 오심 비율을 20%정도로 예측했다. 그러나 올 시즌 비디오판독으로 판정이 번복되는 경우가 40%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현재 프로야구는 과거와는 달리 사실상 전 경기가 중계되고 있다. 과거엔 카메라 인력 또한 많지 않았다. 그러나 미디어의 발달로 전경기가 중계되면서 스포츠케이블 카메라 스태프는 고도의 전문성을 갖추게 됐다. 치열한 시청률 경쟁 속에 최신 장비가 잇달아 도입됐다. 야구장을 찍는 카메라도 늘어나 최대 12대에 이른다.

그러나 아무리 매 눈을 가진 심판이라도 인간인 이상, 기계를 당할 순 없다. 카메라 기술과 TV의 진화, 휴대폰의 보급이 가져온 ‘슬로비디오의 확산’이라는 강적 앞에 심판은 한없이 초라해진다.

축구, 배구, 농구 등 오심에서 자유로울 종목은 없다. 특히 야구가 오심에 취약한 것은 순간적으로 흐름을 좌우할 판단을 내릴 상황이 많은데다 규정 상, 번복이 안 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동안엔 이런 현실을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식으로 비교적 잘 넘어가줬지만 갈수록 구단이나 팬들은 엄격해지고 있다.

● 원바운드로 들어와도 내가 스트라이크라면 스트라이크?

오심에 대한 대책은 무엇일까. 일부에선 심판수를 늘리자는 의견이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정금조 운영육성부장은 “전체 심판 인원을 늘리고 매 경기 포스트시즌처럼 6심제로 운영하자는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심판 인원이 부족한 상황은 아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대부분 선상이 아닌 루상에서 일어난 판정이기 때문에 6심제가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좀 더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심판 도입에 대한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국 심판의 수준은 메이저리그만큼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KIA와 SK에서 뛰었던 로페즈는 “미국은 슈퍼스타만의 스트라이크존이 따로 있다. 한국 심판들은 그런 면에서 공정하다”는 말을 종종 했었다. 과거 일본프로야구에서 외국인 심판제를 도입했지만 성과를 보지 못해 폐지했다.

심판들 스스로 바꿔야할 문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어떤 심판은 “원바운드로 들어와도 내가 스트라이크라면 스트라이크”라고 말했다. 또 한 해설위원은 “현역 때 볼 판정에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더니 심판이 ‘어디서 선배한테’라는 말을 욕설과 함께 하더라. 심판 대부분은 선수들을 야구 후배로 여긴다. 그래서는 안 된다. 심판들이 먼저 그러니 고참선수들은 자연스럽게 나이 어린 심판을 후배로 바라보게 된다. 완전히 다른 영역으로 생각해 선수와 심판이 서로를 깍듯이 대하고 존중하는 것이 프로가 아닐까 싶다”라고 밝혔다. 심판이 선수출신이라는 색깔을 완전히 지우고 스스로 다른 분야의 전문 인력이라고 여겨야 한다는 말이다.

이제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말은 현 시대에서 적합하지 않은 듯하다. 팬이 심판을 못 믿으면 야구도 죽는다. 프로야구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때다.

광주|김영준 기자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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