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돌아온 두산 고영민 “떠나있었더니 내가 보였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3월 29일 0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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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고영민. 스포츠동아DB
두산 고영민. 스포츠동아DB
피땀 어린 노력 끝에 2014시즌 개막전 엔트리 등록
“백업 2루수? 상관없다. 팀 위해 주어진 역할 충실”
다섯 살배기 아들에게 멋진 아빠가 되기 위해 뛴다


“떠나있었더니 보이더라고요. 제가.”

두산 고영민(30)이 돌아왔다. 사실 떠나있었던 것도 아니다. 내리막을 걷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개막전 엔트리에서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 다만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그는 자주 1군 무대를 비웠고, 지난해에는 시즌 초 가벼운 담 증세로 2군에 내려간 뒤 종적을 감췄다.

2014시즌 고영민은 다시 한 번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언제나 그랬듯 26명 출전명단에 당연히 들어간 것이 아니다. 스프링캠프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구슬땀을 흘렸고, 시범경기에서 넓은 수비범위와 특유의 주루플레이, 일발 있는 방망이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고영민이 예전의 기량을 되찾으면 두산은 천군만마를 얻는다. 페넌트레이스는 길다. 아무리 뛰어난 주전 선수가 있어도 128경기를 혼자 풀타임으로 소화하기는 쉽지 않다. 주전 같은 백업 선수가 뒤에 버티고 있으면 팀이 좋지 않을 때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다른 팀에 가면 바로 주전을 꿰찰 수 있는 고영민 같은 백업내야수가 있다는 것이 두산의 보이지 않는 힘이다.

고영민도 이를 잘 알고 있다. 한때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국가대표 2루수로 활약했던 화려한 시절도 있었지만, 예전의 영광은 이미 잊었다. 그는 “처음에는 나 자신에 화가 많이 났다”고 털어놨지만 “시간이 흐르니까 조금씩 다르게 생각하게 되더라. 떠나있었더니 내가 보였다. 힘들었지만 그 시간이 나에게는 필요했던 것 같다. 지금은 살아남아야한다는 마음뿐이다. 개인이 아닌 팀을 위해 내가 뭘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표정은 담담했지만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다. 쉽게 살이 찌지 않는 체질임에도 지난해 몸무게가 8kg이나 늘었다. 그만큼 스트레스가 많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캠프에 합류해 몸을 만들기 시작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정상체중을 찾았다. 천성이 야구선수다.

고영민은 “내가 나가게 되면 대주자나 대수비가 될 것이다. 혹시나 아픈 선수가 나오면 그 자리를 메워야한다”며 “물론 대타로도 준비를 하고 있지만 현재 팀에서 원하는 내 역할이 뭔지 알기 때문에 그에 맞춰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몸 상태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내가 그동안 잘 아픈 이미지로 비춰지고 있는데 지난해에도 시즌 초를 제외하고는 몸 컨디션이 괜찮았다”는 게 그의 설명했다. 동기부여도 확실하다. ‘다섯 살배기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빠 되기’다. 그는 “아들이 아빠가 야구선수인 것은 안다”며 “앞으로 엄마와 함께 야구장에 와서 아빠가 1군에서 야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이를 악물었다.

잠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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