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원 “서울에 절대 안져”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3월 4일 07시 00분


수원과 서울은 K리그 클래식의 영원한 라이벌이다. 서로에게만은 결코 질 수 없다고 벼른다. 지난해 1승1무2패로 서울에 당한 수원 서정원 감독은 올 시즌에는 결코 그런 일 없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3일 K리그 클래식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서정원 감독(오른쪽)과 최용수 감독.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seven7sola
수원과 서울은 K리그 클래식의 영원한 라이벌이다. 서로에게만은 결코 질 수 없다고 벼른다. 지난해 1승1무2패로 서울에 당한 수원 서정원 감독은 올 시즌에는 결코 그런 일 없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3일 K리그 클래식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서정원 감독(오른쪽)과 최용수 감독.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seven7sola
■ K리그 개막 D-4…너만은 넘는다!

2. 수원 서정원감독

수원 감독 부임하자마자 구단 허리띠
작년 최용수 감독과 운명의 대결 눈물
서울 핵심전력 이탈…설욕 절호의 찬스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수원 삼성의 지난 시즌은 초라했다. 모기업(삼성전자)의 확 줄어든 지원금 때문에 구단 살림살이는 빡빡했다. 허리띠를 졸라맸다. 외국인 선수부터 정리했고, 이름값에 비해 활약이 저조했던 선수들을 하나 둘 내보냈다. 반면 이들의 빈 자리를 채울 보강 멤버는 거의 없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15승8무15패(승점 53)로 정규리그 5위에 머물렀다. 유일한 목표였던 2014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 티켓도 놓쳤다. 시즌 말까지 치열하게 경합을 벌였던 ‘영원한 라이벌’ FC서울이 승점 62, 전체 4위로 챔스리그에 안착하는 것을 보며 가슴이 쓰렸다. 가장 서글픈 이는 수원 사령탑 서정원(44) 감독이었다. 야심 차게 도전장을 내민 프로 감독 초짜에게는 이보다 뼈아픈 결과는 없었다. 서울 최용수(41) 감독이 4위와 함께 지난 시즌 챔스리그 준우승까지 도약하는 걸 바라보며 이를 갈아야 했다.

● 서울에 또 눈물 흘리지 않는다!

수원과 서울이 만나면 언제나 그라운드는 들썩인다. 슈퍼매치다. 피도 눈물도 없는 치열한 전쟁터. 노력과 과정이 인정받는 게 스포츠라지만 이는 슈퍼매치와 관계없다. 내용은 필요 없다. 무승부조차 아쉬운, 어떤 이유를 불문하고 무조건 서로를 꺾어야 하는 승부다.

작년은 서울이 이겼다. 정규리그와 스플릿시스템 경쟁까지 2승1무1패였다. 작년 11월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슈퍼매치는 결정타였다. 서울이 2-1 승리를 챙겼다. 이전까지 양 팀 격차는 승점 1에 불과했다. 4위 서울 승점 51, 5위 수원은 승점 50이었지만 이날 승리로 서울이 승점 4로 간극을 벌려 4위 자리를 사실상 확정했다. 이후 수원은 승점 3을 추가한데 그쳤다. 슈퍼매치 패배 후유증이었다.

서울은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은 2012년까지만 해도 수원에 압도당했다. 윤성효 감독(현 부산 아이파크)이 이끈 수원은 최 감독이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답이 보이지 않았다. 더 이상 서울이 수원의 라이벌이 아니란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런데 윤성효 감독 체제에서 코치를 했던 서 감독이 부임한 뒤 기류가 바뀌었다. 최 감독이 앞섰다. 수원이 ‘허리띠 졸라매기’에 돌입한 영향이 컸다. 데얀-몰리나 등 최강 용병 라인업을 구축한 서울과 용병이라곤 브라질 공격수 산토스뿐인 수원의 전력은 차이가 있었다. 항간엔 “최용수가 수원에 약한 게 아니라 윤성효에 약했던 것”이라는 표현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서 감독도 이를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하필이면 내가 부임했을 때 지원이 줄어든 건 무슨 일인가”라며 구단에 대한 원망도 문득문득 들었다.

프로 사령탑 2년차. 올 겨울 선수단 보강 작업은 여전히 신통치 않았다. 핵심 전력이 군 입대, 해외 진출 등 여러 사유로 팀을 떠났다. 그래도 아쉬워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훌훌 털고 일어섰다. 사람 좋은 미소도 되찾았다. 어차피 거쳐야하는 선수단 리빌딩이라면 자신의 역할이란 긍정적인 생각도 했다. 물론 한 가지 각오도 추가했다. “더 이상 서울에 패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최 감독에게 다시금 ‘수원 트라우마’를 선물해주겠다는 생각이다.

● 레전드의 승부

서 감독과 최 감독의 승부는 그 자체만으로도 한국 축구 최고의 화젯거리다. 둘의 이력부터 승부는 시작된다. 서 감독은 고려대, 최 감독은 연세대 출신이다. 한국 축구 양대 사학이다. 프로 무대에서도 묘한 라이벌 인연이 이어졌다. 서정원은 1992년부터 안양LG(서울의 전신)에서 뛰다 1997년 프랑스 리그 앙(1부 리그) RC스트라스부르로 이적했고, 1년 뒤 수원으로 돌아왔다. 가뜩이나 안 좋던 양 구단의 관계는 더욱 악화됐다. 서정원이 배신했다는 생각에 안양 팬들은 서정원 유니폼 화형식을 거행하는 등 파장도 엄청나게 컸다.

최 감독은 지난 시즌 슈퍼매치 도중 이런 사실을 환기시키기도 했다. 8월3일 정규리그 21라운드 승부를 앞두고 최 감독은 “난 오직 한 팀에서 청춘을 바쳤다. 바로 그게 (서정원 감독과의) 유일한 차이”라고 도발했다. 최 감독은 서 감독의 입단 2년 후인 1994년 안양에 안착한 뒤 2000년까지 뛰었다. 일본 J리그 3개 팀을 거치기도 했지만 2006년 되돌아온 곳 역시 서울이었다. 물론 수원 팬들은 서울의 연고지 이전을 들어 “최 감독은 서울이 아닌, 안양의 레전드”라고 맞받았다.

하지만 프로 무대를 벗어나면 상황은 달라진다. 둘은 1997년 9월 일본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엄청난 역할을 했다. 1998프랑스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한일전이었다. 한국이 0-1로 뒤진 후반 38분, 최용수가 헤딩으로 흘려준 볼을 서정원이 헤딩슛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면서 균형을 이뤘다. 얼마 후 이민성(현 전남 드래곤즈 코치)이 천금의 역전골을 터뜨리며 ‘도쿄대첩’을 완성시켰으니 영웅 이미지를 더욱 굳혔다. 언젠가 최 감독은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 “그 때 헤딩 패스를 해준 걸 후회 한다”는 농담을 던졌다. 자신을 향한 유쾌한 도발에 대해 서 감독은 “(최)용수가 패스해줬다는 걸 깜빡 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얽히고설킨 둘의 운명. 서 감독의 올 시즌 모토는 뚜렷하다. ‘수성’이 아닌 ‘도전’이다. 단순히 K리그 클래식만이 아닌 서울과 최 감독을 향해서도 마찬가지다. 서울을 올해도 넘지 못한다면 서 감독과 수원의 후유증도 커질 수밖에 없다. 분위기는 열렸다. 핵심들이 대거 이탈한 서울 역시 수원보다 사정이 크게 나은 건 아니다. 서 감독이 과연 최 감독을 넘을 수 있을까.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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