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광주구장…한국프로야구의 메카, 역사의 뒤안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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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0월 4일 07시 00분


광주구장은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해태 시절을 포함해 30년 넘게 타이거즈의 홈구장으로 쓰였다. 광주ㅣ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광주구장은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해태 시절을 포함해 30년 넘게 타이거즈의 홈구장으로 쓰였다. 광주ㅣ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프로야구 탄생과 함께한 32년
타이거즈 KS V10 역사의 현장
4일 KIA-넥센전 마지막 경기
챔피언스필드에 안방 대물림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해태 시절을 포함해 현재의 KIA까지 타이거즈의 심장 역할을 했던 광주구장(광주 무등경기장 야구장)이 4일 넥센-KIA의 시즌 최종전을 끝으로 한국프로야구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1965년 제46회 전국체육대회를 개최하기 위해 광주 북구 임동 316번지에 건설된 광주구장은 이제 그 바로 옆에 신축 중인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 타이거즈의 홈구장 자리를 넘겨주고 물러난다. 광주구장은 서울 동대문구장, 부산 구덕구장, 인천 도원구장에 이어 프로야구 현장으로 활용되다 역사 속으로 비켜서는 4번째 구장이 된다.

● 프로야구와 함께 한 32년, 1000만의 가슴에 추억을 선물하다

1982년 해태의 홈구장으로 프로야구와 인연을 맺은 뒤 수차례 개보수가 진행됐던 광주구장은 대구구장, 대전구장과 함께 가장 낙후된 구장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지만, 타이거즈와 영욕의 세월을 함께 한 한국프로야구의 살아있는 역사였다. 프로 첫 해 1만310석이 정원이었던 광주구장은 1990년대 중반 스탠드를 증축해 1만5200명을 수용했다. 최근에는 테이블석 등이 등장하며 올 시즌에는 1만2500석을 정원으로 했다. 1982년 2000원이던 일반석 입장권 가격은 32년이 흐른 올해 평일 8000원, 주말 9000원으로 인상됐다.

프로 원년 정규시즌 28게임 등 2013년 10월 3일까지 32년간 페넌트레이스 총 1844경기가 열린 광주구장에선 한국시리즈 19경기를 포함한 포스트시즌 33경기, 올스타전 4경기 등 시범경기를 제외한 총 1881게임의 공식경기가 열렸다. 수많은 프로야구선수들이 광주구장에서 땀을 흘리며 기량을 겨뤘고, 1000만이 넘는 관중(3일 현재 1012만6365명)이 찾아 한국프로야구의 역사를 함께 했다.

KIA 이홍구(34번)는 3일 광주 두산전에서 만루홈런을 터트리며 광주구장과의 이별을 기념했다. 왼쪽은 황정립.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 이홍구(34번)는 3일 광주 두산전에서 만루홈런을 터트리며 광주구장과의 이별을 기념했다. 왼쪽은 황정립.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유일했던 1987년 한국시리즈 우승의 순간

타이거즈는 2009년을 포함해 해태 시절까지 총 10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타이거즈 선수단이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광주구장에서 맛본 것은 1987년이 유일하다. 프로야구 초창기만 해도 한국시리즈가 5차전 이후로는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SK와의 7차전 혈투 끝에 타이거즈가 ‘V 10’을 완성한 2009년, KIA가 우승 깃발을 들고 그라운드를 돈 곳도 광주구장이 아닌 잠실구장이었다.

1987년 타이거즈가 광주구장에서 우승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당시 한국시리즈 파트너였던 삼성을 상대로 대구에서 열린 1·2차전을 모두 이긴 뒤 광주구장에서 열린 3·4차전까지 잇달아 승리했던 덕분이다. 당시 선수로 뛰었던 KIA 선동열 감독은 “광주구장이 사라진다니 감회가 남다르다”며 “그나마 1987년에 단 한 번이라도 광주구장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누렸던 기억이 새롭다”고 되돌아봤다.

4일 넥센전을 끝으로 광주구장이 타이거즈와 함께 한 영욕의 세월을 마감한다. KIA는 2014시즌부터 광주구장 바로 옆에 신축 중인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를 홈구장으로 사용한다. 사진은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의 전경.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4일 넥센전을 끝으로 광주구장이 타이거즈와 함께 한 영욕의 세월을 마감한다. KIA는 2014시즌부터 광주구장 바로 옆에 신축 중인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를 홈구장으로 사용한다. 사진은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의 전경.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2015년까지는 그대로 존치 예정

프로야구와 인연은 32년을 끝으로 마감하지만, 당장 광주구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광주시 체육시설계 관계자는 3일 “광주주장은 2015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때까지 그대로 존치될 예정이다. 그 이후 활용방안에 대해선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2014년부터 KIA의 홈경기는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리고, 기존 광주구장은 하계유니버시아드 전까지 아마추어 전용구장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그 뒤로는 새 구장의 주차시설 확보를 위해 스탠드는 모두 헐고 그라운드만 남겨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KIA는 4일 넥센전을 앞두고 ‘무등야구장, 그 역사의 현장에 타이거즈가 함께 합니다’라는 주제로 광주구장과의 이별행사를 펼친다.

광주|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트위터 @kimdo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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