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프리즘] 파편 박힌 몸으로 달리는 그라운드의 ‘아이언맨’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3년 7월 16일 07시 00분


두산 김현수는 자신을 ‘아이언맨’이라고 한 적이 있다. 시즌이 한창인 6월 어느 날, 잠실구장을 찾았을 때다. 두산 선수단 라커룸 맞은편에 마련된 매니저실에서 구단 관계자와 한창 얘기를 하는 도중 김현수가 들어왔다. 구단 관계자는 김현수가 하고 있는 목걸이에 관심을 보였다. 생체리듬에 도움이 된다는 ‘건강목걸이’였다. 목걸이 펜던트에는 두산 베어스의 이니셜인 ‘D’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업체 관계자에게서 선물 받은 목걸이라고 했다. 김현수는 목걸이를 내려다보며 “나는 아이언맨”이라고 말했다.

영화 ‘아이언맨’에서 주인공 토니 스타크는 테러범들의 폭탄에 맞아 파편이 몸속에 들어가는 부상을 당한다. 토니를 치료해준 러시아 과학자는 파편이 심장으로 파고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소형원자로 배터리를 환자의 가슴에 단다. 테러범들의 손에서 벗어난 토니는 자신이 발명한 소형아크원자로로 이를 대체하는데, 아크원자로가 사라지면 심장마비에 걸려 목숨을 잃을 수 있다.

김현수가 자신을 ‘아이언맨’이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개막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오른 발목에서 뼛조각이 발견됐다. 평소에는 괜찮다가도 뼛조각이 신경을 건드리면 극심한 통증이 수반된다. 두산 김진욱 감독은 “멀쩡하게 걷다가 갑자기 그 자리에서 주저앉더라. 저렇게 뛰어다니는 게 대단한 거다. 오른 발목 통증 때문에 반대쪽 골반도 안 좋아졌는데, 훈련을 묵묵히 소화한다. 정신력이 정말 강한 선수”라고 귀띔했다.

아프다. 아프지 않을 리 만무하다. 아무리 펜스에 부딪혀도 툭툭 털고 일어나 그라운드를 누비던 김현수지만 차원이 다른 아픔이다. 그래도 안부를 물으면 “난 건강하다”, “아프지 않다”며 마치 주문을 외듯 답한다. 폭탄 파편이 더 이상 심장으로 파고들지 않도록 해주는 ‘아이언맨’의 소형아크원자로처럼, 발목에 있는 뼛조각이 신경을 건드리지 않도록 해주는 게 ‘목걸이’라며 배시시 웃었다.

비단 김현수뿐 아니다. 한화 최진행은 무릎 수술을 시즌 뒤로 미루고 경기 출장을 감행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는 중심타선을 지키면서 좌익수 수비까지 소화했다. 비 오는 날이면 통증이 극심해진다. 보강훈련으로 부상 부위 주변을 강화하고 있지만, 잠재적 불안요소다.

4월 왼 손목 골절상을 입었던 KIA 김주찬도 58일 만에 1군에 돌아왔지만, 부러진 뼈를 연결하는 핀을 아직까지 제거하지 못했다. KIA 이용규는 몸이 완전치 않은 상태에서도 팀을 위해 1군에 올라와 “대수비나 대타로 뛰겠다”며 열의를 불태우고 있다. 삼성 채태인과 박한이 역시 크고 작은 부상을 안고 시즌을 보내고 있다. 다른 구단 선수들도 “이맘 때 안 아픈 1군 선수는 한 명도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만큼 모든 선수들이 그라운드 위에서 아낌없이 몸을 던진다. 경기를 보다보면 선수들의 실수에 화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선수들은 적어도 그라운드 위에서 100%를 쏟아 붓는다. 그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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