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베이스볼] “비디오 판독 확대 반대” 74%…감독 8명 “현행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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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6월 21일 07시 00분


야구 엘리트 50명 설문 - 비디오 판독 확대 필요한가

최근 프로야구는 심판들의 잇따른 오심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 때문에 정확한 판정을 위해 비디오 판독을 확대하자는 목소리가 다시 한번 일고 있다. 현재 한국프로야구는 물론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에서도 공통적으로 홈런 판정에만 비디오 판독을 활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스포츠동아는 프로야구 9개 구단 감독과 코치, 선수 및 해설가, 야구인 등 총 50명에게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류중일 감독 “한번 하면 나중엔 다 해야”
김경문 감독만 “정확한 경기 위해 필요”

선수들은 반대 11-찬성 7로 의견 엇갈려

감독이 누군 챙겨주고 누군 안 챙겨주고
비디오 판독 요청권 형평성 문제 야기도


● “비디오 판독 확대 반대” 압도적

‘비디오 판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총 50명 중 12명(24%)만 찬성했고, 37명(74%)은 반대했다. 해설가 1명은 유보적 태도를 취했다. 세분화해보면 9개 구단 사령탑 중에선 NC 김경문 감독만 유일하게 찬성했다. 김 감독은 “정확한 게임을 위해 비디오 판독을 확대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머지 감독은 모두 “현행 유지가 좋다”며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코치 9명 중 7명, 해설가 및 야구인 14명 중 11명도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선수는 9개 구단 투수와 타자 1명씩 총 18명이 설문에 참여했는데, 역시 반대(11명)가 찬성(7명)보다 많았다.

● 비디오 판독 확대 왜 반대하나?

승부를 책임져야 하는 감독은 오심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그러나 감독들은 오히려 정상적 경기운영에 방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비디오 판독 확대를 탐탁찮게 생각했다. 한화 김응룡 감독은 “경기의 흐름이 깨진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한번 비디오 판독을 확대하기 시작하면 나중에는 다 해야 한다”, KIA 선동열 감독은 “야구의 묘미가 없어진다”, LG 김기태 감독은 “심판들이 의기소침해질 수 있다” 등의 이유를 들었다. 선수들도 대부분 같은 이유였다. 삼성 배영수는 “야구가 재미없어진다. 오심도 운이고, 그게 야구다”, LG 류택현은 “비디오 판독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심판에 대한 불신은 더 쌓일 것이다”고 주장했다. 허구연 해설위원은 “심판의 수준을 높여서 오심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지 기계의 힘을 빌리면 게임의 흐름이 차단되고 악용될 수 있다”고 했고, 김정준 해설위원은 “야구는 야구일 뿐이다. 사람이 하는 것이지 기계가 하는 것이 아니다”고 강변했다.

● 비디오 판독 확대 왜 찬성하나?

전체 응답자의 24%지만 비디오 판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A선수는 “오심 하나 때문에 한 경기가 넘어가기도 하지만 두 경기, 세 경기가 넘어갈 때도 있다”며 “정말 애매한 판정은 비디오 판독을 통해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오히려 심판들에게도 더 도움이 되지 않겠나”라고 주장했다. B선수는 “정확한 판정으로 팬들에게 더 수준 높은 경기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설문에 참여한 해설위원 8명 중에선 양상문 송재우 위원 등 2명만 찬성했다. 메이저리그 전문가인 송 위원은 “오심이 나올 수도 있지만 경기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판정이 문제가 되는 것 같다”며 비디오 판독 확대에 대해 찬성했다.

● 양 팀 경기당 1회씩 비디오 판독 허용은?

비디오 판독을 확대하면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까. 반대하던 그룹에서도 ‘만약’이라는 전제 하에 이 질문에 답한 사람도 있었다. 복수응답을 받은 결과 ‘아웃과 세이프 판정’에 15명, ‘외야선상의 파울과 페어 여부’에 11명, ‘노바운드와 원바운드 캐치 여부’에 9명의 순으로 표를 던졌다. 그러나 ‘볼과 스트라이크 판정’은 단 2명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프로배구처럼 경기당 양 팀이 1회씩 비디오 판독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이에 대해 총 50명 중 8명이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 이들은 “판독 요구도 남발되지 않고, 각 팀 감독들이 오용이나 악용할 가능성도 줄어든다”며 긍정적 신호를 보냈다. 선수 한 명은 “팀당 2회씩 사용하도록 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배구와 야구는 다르다”며 이 역시 반대하는 목소리가 훨씬 많았다. A팀 감독은 “만약 한번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는데 나중에 더 큰 오심이 벌어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반대로 애매한 상황이라 경기 후반을 위해 남겨두다 판독 요청을 써보지도 못하고 경기에서 패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야구가 엉뚱한 문제로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B팀 감독은 “야구는 기록의 경기다. 비디오 판독으로 한 타자의 아웃이 안타로 번복됐다고 치자. 그런데 그날 다른 선수도 똑같은 상황이 생긴다면 ‘우리 감독이 누구는 챙겨주고, 누구는 안 챙겨준다’는 불만이 생길 수 있다. 형평성 문제마저 발생한다”며 반대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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