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국내 1위 성지훈 뒤엔 두 스승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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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18일 07시 00분


17일 펼쳐진 2013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4회 동아마라톤에서 국내 남자부 1위를 차지한 한체대 성지훈(왼쪽 2번째)이 한체대 
김복주 교수(왼쪽 끝), 정남균 코치(왼쪽 3번째), 오진욱과 기념촬영을 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잠실|박화용 기자
17일 펼쳐진 2013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4회 동아마라톤에서 국내 남자부 1위를 차지한 한체대 성지훈(왼쪽 2번째)이 한체대 김복주 교수(왼쪽 끝), 정남균 코치(왼쪽 3번째), 오진욱과 기념촬영을 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잠실|박화용 기자
성지훈, 풀코스 5번 도전 만에 국내 1위
김복주 교수→정남균 코치 대물림 지도
부상으로 못다한 꿈…후학 양성 힘 쏟아
김 교수 “지훈이는 제2 이봉주 성장 재목”


마라토너 사제는 꿈을 바통 삼아 달렸다. 그 릴레이의 결실이 17일 서울 일원(광화문광장∼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3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4회 동아마라톤에서 나왔다. 성지훈(22·한체대)은 본인의 마라톤 풀코스 5번째 도전인 이번 대회에서 2시간12분53초에 결승선을 통과하며 국내 남자선수 1위(전체 13위)에 올랐다. 본인의 최고기록(2시간18분27초)을 무려 5분 이상 앞당긴 쾌거였다. 성지훈을 지도한 김복주(54·대한육상경기연맹 트랙·필드 기술위원장) 한체대 교수와 정남균(35) 한체대 코치는 감격에 젖었다. 마라토너로서 자신들이 품었던 한을 풀어줄 제자의 출현이 반가웠기 때문이다. 두 지도자와 성지훈은 모두 2013서울국제마라톤의 결승점인 잠실종합운동장과 각별한 인연을 공유하게 됐다.

○김복주 교수…비운의 마라토너에서 1986서울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로

김복주 교수는 동아대 재학시절인 1979년 마라톤국가대표상비군에 선발됐을 정도로 촉망받는 마라토너였다. 특히 스피드가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욕심이 화근이었다. 과한 훈련이 허리부상을 초래했다. 결국 마라토너로서의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 대신 1980년부터 중·장거리선수로 전향했다. 스피드의 장점을 살린 선택이었다. 이후 김 교수는 1980년대 한국육상 중·장거리를 대표하는 선수로 자리매김한다. 1984년 LA올림픽 800·1500m에 대표선수로 출전했고,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에선 800m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 교수는 “서울아시안게임이 열린 잠실에 오면, 당시의 열기가 떠올라 가슴이 벅차다. 오늘 (성)지훈이가 이곳에서 좋은 기록을 내줘 기쁘다. 지훈이는 ‘제2의 이봉주’로 성장할 재목이다. 내년 인천아시안게임을 목표로 키워내겠다”고 말했다.



○2000동아마라톤 우승자 정남균 코치 “부상으로 못 다한 꿈은 후배들 몫”

김 교수의 바통은 정남균 코치가 이어받았다. 정 코치는 한체대 재학 중이던 2000년 제71회 동아마라톤에서 2시간11분29초의 기록으로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1997아테네·1999세비야세계선수권 우승자 아벨 안톤(스페인)을 제친 결과였다. 당시 그를 조련한 지도자가 김복주 교수다. 그러나 정 코치 역시 족저근막염 등 부상으로 만 26세의 젊은 나이에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이후 2008년부터 은사인 김 교수 밑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013서울국제마라톤 남자부 지도자상까지 받은 정 코치는 “13년 전 동아마라톤에서 가장 먼저 잠실주경기장으로 들어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제자들이 부상으로 못 다한 내 꿈을 이뤄줬으면 좋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제 바통은 ‘샛별’에게 넘어갔다. 성지훈은 “교수님과 코치님으로부터 예전 우승의 영광에 대해 전해들으며 꿈을 키웠다. 잠실주경기장으로 들어오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다음 목표는 2시간9분대 기록이다. 2014인천아시안게임이 한국에서 열리는 만큼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밝혔다.

잠실|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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