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계 파워엘리트 30인 설문] “최고 선수 뽑지도 못하고…경험도 준비도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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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9일 07시 00분


■ “타이중 대참사 원인과 극복과제는?”

타이중 참사 왜?

해외파 선수들, 개인적 이유로 외면
“선발 과정부터 삐걱…당근도 없어”
코칭스태프 큰 대회 경험 부족 단점
“거품낀 야구실력…매너리즘 반성을”

재도약 위한 방안?

“아마추어부터 정신차리고 가야한다”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 등 쓴소리
“특정구단 선수 선발”…공정성 지적
“인프라 개선·체계적 준비” 목소리도

한 국야구는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1라운드 탈락이라는 낭패감을 맛봤다. 제1회 WBC 4강, 제2회 WBC 준우승과 2008베이징올림픽 금메달 등 최근 연이은 국제대회에서 얻은 빛나는 성과에 비하면 참사에 가까운 성적표다. 야구계에선 수모나 다름없는 이번 실패를 재도약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크다. 스포츠동아는 이번 WBC의 실패 원인을 짚어보고,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현장 야구인과 전문가를 망라한 30인을 대상으로 8일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타이중 참사’의 원인은?

이효봉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은 “대표팀 세대교체 과정에서 나타난 경험부족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라며 “류중일 감독도 대표팀 코치는 해봤지만, 감독은 처음이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까지 대부분 WBC 같은 큰 대회 경험이 적었다. 국제대회는 경험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단장은 “선수 구성부터 우리가 너무 과거 속에만 묻혀 있는 게 아니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며 “다른 팀에 대한 정보는 충분했나? 아니다. 거기에 코칭스태프 경험도 부족해보였다”고 주장했다.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야구발전실행위원장은 선수들에 대한 강도 높은 쓴소리를 내놓았다. “야구 인기가 많아지면서 과포장이 됐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선수들이 매너리즘에 빠진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일갈했다. 삼성 송삼봉 단장은 구단과 선수의 이기주의 만연을 꼬집었다. “구단은 소속팀 선수가 아프다고 부상을 핑계로 선수 차출에 적극적이지 않았고, 국가대표로 병역혜택을 받은 해외파 선수는 개인적 이유로 국가의 부름을 외면했다”며 참패의 원인을 선수선발 과정에서부터 최고 선수를 뽑지 못한 것에서 꼽았다. 한 선수도 “선발 과정에서 최고의 선수들이 갔는지 의문”이라며 “선수 입장에선 병역혜택 등 당근이 있어야 한다. 과거 김동주(두산)는 대표팀에서 부상을 당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이 1년 미뤄졌다. 위험을 무릅 쓰고 가는 것인데, 대우는 소홀한 게 없는지 한번은 짚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KIA 선동열 감독은 “단순히 이번 대회뿐만 아니라, 감독이 일단 선임되면 그 감독이 선수 선발과 훈련 등에 대한 모든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상대적으로 우리는 (KBO) 기술위원회가 너무 큰 권한을 갖고 있는 게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도약을 위한 방안은?

그렇다면 한국야구의 재도약을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은 “아마추어에서부터 정신 차리고 가야 한다. 십 몇 년 동안 제대로 된 포수가 안 나오고 있는 게 우리 현실”이라고 말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프로야구의 근간이 되는 아마추어 육성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삼성 송삼봉 단장도 “아마추어에 더 신경 쓰고, 팀을 더 만들어야 한다. 일본은 고교팀만 4000여개라고 하던데, 우리는 여전히 50여개 팀이다. 요즘 신인드래프트에서 1군에 통할 만한 선수를 찾기 힘들다. 밑거름을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대표팀 선수선발 과정에서의 공정성을 지적한 의견도 있었다. 지방구단 한 단장은 “공정하고 납득할 수 있는 선수선발 과정부터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표선발 과정에서 특정 선수가 포함돼 타 구단의 반발이 적지 않았던 사실을 꼬집은 것이다.

삼성 진갑용은 인프라 확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야구장 개선부터 해야 한다. 환경이 제대로 갖춰지면 선수들이 기량을 올릴 수 있다. 팬들은 야구장을 더 많이 찾고, 야구가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측면에서 LG 정현욱은 인프라 개선을 통한 국제대회 유치가 필요하다고 봤다. “매번 우리는 국제대회 때마다 원정으로 경기를 치러야 한다. 항상 장기 전지훈련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국제대회를 유치하고 경기를 하면 분명히 유리할 수 있다”고 답했다. 태극마크를 수차례 달았던 또 다른 한 선수는 “다음 아시안게임 때는 좀더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충분한 훈련기간 확보는 물론이고 좀더 체계적인 지원시스템도 갖춰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트위터 @kimdo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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