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에도 털린 한국야구 ‘근거 없는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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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6일 07시 00분


대만은 강했다. 한국이 가까스로 역전승을 거뒀지만, 2라운드 진출 실패로 김이 샜다. 5일 대만 타이중 인터콘티넨탈구장에서 열린 
1라운드 B조 최종전에서 3회초 대만 양다이강(1번)이 선취 득점을 한 뒤 동료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타이중(대만)|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seven7sola
대만은 강했다. 한국이 가까스로 역전승을 거뒀지만, 2라운드 진출 실패로 김이 샜다. 5일 대만 타이중 인터콘티넨탈구장에서 열린 1라운드 B조 최종전에서 3회초 대만 양다이강(1번)이 선취 득점을 한 뒤 동료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타이중(대만)|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seven7sola
■ 대표팀, 충격의 1R 탈락 원인은?

병역혜택 등 ‘당근’ 없어 선수 차출 난항
7차례 대체선수 선발…엔트리부터 삐걱

네덜란드 얕보다 정보전서 밀려 0-5 패
대만서 장기 훈련 선수 컨디션 악영향도


‘류중일호’가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에서 좌초됐다. 우승을 목표로 출발했던 한국야구는 2라운드(8강) 무대조차 밟지 못하고 보따리를 싸면서 국내 팬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어디서부터 꼬였을까. 무엇이 문제였을까.

○구성 단계부터 삐걱거렸던 대표팀

대표팀은 28명의 엔트리를 정할 때부터 삐걱거렸다. ‘좌완 빅3’ 류현진(LA 다저스), 김광현(SK), 봉중근(LG)이 모두 빠지면서 마운드는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았다. 유일한 메이저리그 타자인 추신수(신시내티)도 개인사정으로 합류하지 못했다. 여기에 김진우(KIA), 홍상삼(두산)은 부상으로 빠졌다. 대체선수로 선발된 이용찬(두산)마저 부상으로 낙마했다. 결국 7차례나 얼굴이 바뀔 정도로 출발과정에서부터 대표팀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구단들도 ‘국제대회 성적이 좋아야 프로야구가 산다’는 명제에는 모두들 공감한다. 그러나 ‘우리 팀이 피해를 볼 수는 없다’는 이기주의적 의식이 저변에 깔려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WBC는 병역혜택 등 ‘당근도 없는’ 대회여서 소속팀 선수 차출에 대해 탐탁치 않게 생각하거나 불만을 내비친 구단도 있었다.

○근거 없는 자신감과 준비 부족

한때 ‘근자감’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의 줄인 말이다. 한국야구의 저변은 아직 얇다. 2006년 4강과 2009년 준우승을 ‘신화’라고 일컫는 것도 실력 이상의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보듯 특급선수 몇 명이 빠지면 한국야구는 전력 구성도 버거울 정도로 체질이 허약하다. 최근 연이은 국제대회 호성적으로 ‘근자감’에 빠져있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일례로 전력분석만 해도 그렇다. 네덜란드 헨슬리 뮬렌 감독은 한국무대에서 활약한 라이언 사도스키에게 한국선수들의 정보를 얻었다. 사도스키는 “한국에서 네덜란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는지 연락이 오지 않아 놀랐다”고 말했다. 한국은 “네덜란드 정보를 얻기 어렵다”고 했지만 ‘나무 위에 올라가 물고기를 찾은 것’은 아닌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네덜란드를 ‘한수 아래’라고 본 것 자체가 치명적인 ‘근자감’의 발현이었다.

○컨디션 조절 실패와 전략전술 부재

물론 1라운드 탈락의 1차 요인은 실력부족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첫 경기 네덜란드전 0-5 패배가 이런 참혹한 결과를 낳았다는 점에서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전략과 전술 부재도 지적돼야할 부분이다. 훈련장소와 방식 또한 짚어볼 필요가 있다. 대만에서 장기간 훈련으로 컨디션 조절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언제까지 정신력 타령만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제2의 타이중 참사’를 피하기 위해 한국야구는 이번 대회 실패를 거울로 삼아야 한다. 지금부터 뼈저린 성찰과 철저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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