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학교체육 활성화, 야구단과 정부 손잡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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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주 스포츠레저부 기자
조동주 스포츠레저부 기자
인천의 한 중학교 2학년인 김모 양(14)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왕따’를 당했다. 김 양은 그 스트레스를 폭식으로 풀었다. 더이상 음식이 넘어가지 않으면 토해내고 다시 먹었다. 그 결과 키가 150cm인 김 양의 몸무게가 60kg을 훌쩍 넘어섰다. 중학교에 진학한 김 양은 살도 빼고 친구도 사귀고 싶었다. 하지만 학교에서 실시하는 학생건강체력평가제(PAPS)만으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PAPS는 전국의 초등학교 4∼6학년과 중고등학생 등 535만여 명의 건강을 책임지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심폐지구력, 근력, 유연성 등의 체력을 측정하는 데 그쳐 기존 체력장과 별다를 게 없다는 게 중론이다. PAPS에 따르면 김 양도 그저 ‘과체중에 심폐지구력이 낮은 학생’일 뿐이다 김 양에게 필요한 건 왕따의 아픔을 치유하면서 살도 뺄 수 있는 단체운동이지만 PAPS만으론 김 양에게 맞는 처방을 제시할 수 없다.

프로야구단 SK와 서울대 스포츠산업연구센터가 합작한 스포츠지수(SQ)는 이런 PAPS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SQ는 체력뿐 아니라 단체운동인 야구 기술과 치어리딩, 여가 선용 패턴, 상담을 통한 성격 진단, 스포츠 인식 등을 측정해 이를 종합수치화한 지수다. 단체운동으론 야구뿐 아니라 축구 농구 배구 핸드볼 등을 상황에 맞게 도입할 수 있도록 했다. SQ 연구진인 서울대 오자왕 박사는 “SQ는 학생의 신체와 심리지수를 수치화해 그에 맞는 맞춤형 학교체육 방안을 제시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오 박사는 “기존의 PAPS를 시행해보니 측정 결과가 실제 학교체육과 연계가 안 되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최근 2년간 수도권 초중고교생 2만188명에게 SQ교육을 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정부가 아닌 야구단이 SQ사업을 주도하다보니 운영상의 어려움도 많다. 지원이 적어 연구 속도가 더딘 데다 지방 학생은 연구대상에서 소외됐다. 오 박사는 “실제 전국 일선학교에 도입할 만큼 정교한 프로그램을 갖추려면 3년 정도 더 연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사실 PAPS의 개선은 주무부서인 교육과학기술부가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교과부는 올여름까지만 해도 SQ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교과부가 뒤늦게라도 27일 SQ교육 성과발표 심포지엄에 후원자로 나섰다는 점이다. 야구단과 교과부가 손잡고 학교체육 정책을 논의한 건 처음이다. 이번 기회에 교과부가 프로스포츠를 ‘공공재’로 활용하는 정책을 더 고민해보길 바란다.

조동주 스포츠레저부 기자 djc@donga.com
#인천#PA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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