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상, 균형 깬 첫 포성…투수왕국 ‘멘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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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30일 07시 00분


SK 박재상이 29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KS 4차전 4회말 1사 후 선제 결승 우월1점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이전까지 퍼펙트로 막고 있던 삼성 선발 탈보트를 무너뜨리며 KS의 균형을 2승2패로 맞추는 천금의 한방이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SK 박재상이 29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KS 4차전 4회말 1사 후 선제 결승 우월1점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이전까지 퍼펙트로 막고 있던 삼성 선발 탈보트를 무너뜨리며 KS의 균형을 2승2패로 맞추는 천금의 한방이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호투하던 탈보트 상대 선제 결승포
작년·올해 KS무대서 홈런 3방 후끈
아내와 4월 태어난 첫 아들에 V선물

바야흐로 싸이가 대세다. 그의 본명은 박재상. 한국시리즈(KS) 4차전에선 SK 박재상(30)이 대세가 되며 ‘문학스타일’로 날았다. SK는 28일 KS 3차전에서 무려 17안타를 집중시켰다. 3안타를 친 타자도 정근우, 김강민 등 4명. 선발 라인업에서 무안타는 박재상뿐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나는 번트와 수비 등으로 팀에 기여하면 된다”고 웃어넘겼다. 이미 KS 전부터 “SK에선 시리즈 홈런 1∼2개로는 ‘가을사나이’ 명함도 못 내민다”며 자신을 ‘조력자’로 정립하던 그였다.

● 2011∼2012년 KS 9경기서 3홈런

그러나 29일 KS 4차전에선 박재상의 홈런 한방이 팽팽하던 경기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0-0이던 4회말 1사까지 삼성 선발 탈보트는 10타자를 연속해서 범타로 처리하고 있었다. 이 때 타석에 들어선 박재상은 볼카운트 3B-2S서 탈보트의 한가운데 높은 직구(시속 144km)를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기는 선제 솔로홈런(비거리 115m)으로 연결했다. 기세가 오른 SK는 최정의 연속타자 홈런 등으로 4회에만 3점을 뽑았다. 박재상 스스로는 “난 가을사나이가 아니다”고 말하지만, 그는 2011∼2012년 KS 9경기에서 홈런 3개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KS 3·4차전에선 연속경기 홈런을 날리기도 했다.

● 스프링캠프 중도귀국과 함께 찾아온 시련

“쟤는 한국·일본 구단 통틀어 타격 1위인 것 같아.” 2월 SK의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연일 진행된 연습경기에서 박재상의 타격을 지켜본 정경배 SK 코치의 감탄이었다. 박재상은 잦은 부상 때문에 지난 두 시즌 동안 전지훈련을 완주한 적이 없었다. 2009시즌 전 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5로 생애 최고의 한 해를 보냈지만, 2010∼2011년에는 한 시즌 100경기씩을 채우지 못했다. 올 시즌을 준비하는 그의 각오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몸 상태도 좋아 캠프 내내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그러나 캠프 종료 사흘을 앞두고 고질인 허리 통증이 엄습했다. 컨디션이 최상이었기에 아쉬움은 더 컸다. 결국 올해도 중도귀국의 아픔을 맛봤다. 그 여파로 시즌 내내 정상적인 타격 밸런스를 유지하지 못했고, 100경기에서 타율 0.216에 그치는 시련을 맞았다.

● 가족과 팀에 대한 미안함 날린 한방

마음이 더 타들어갔던 이유는 4월 첫 아들을 얻었기 때문이다. 박재상은 아내 문희재 씨의 뱃속에 아기가 있을 때 태명을 ‘승리’라고 지었다. 앞선 두 시즌의 부진을 만회하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아기 생각만 하면 그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그러나 막상 야구는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아기 용품이며, 돈 들어갈 때가 더 많은데…. 야구 더 잘해야 하는데….” 시즌 중 박재상은 종종 핸드폰에 저장된 아기의 사진을 바라보며 복잡한 심경을 표현하곤 했다. 그에게 올 시즌 남은 무대는 포스트시즌뿐. 그래서 마음가짐은 더 각별했다. 마침내 가을의 끝자락에 선 박재상은 팀과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조금 덜 수 있게 됐다.

● SK 박재상= KS에서 홈런을 노리는 타자는 거의 없다. 탈보트는 체인지업이 워낙 좋은 투수인데 오늘 직구가 비디오에서 봤던 것 보다 훨씬 빨랐다. 3B-2S에서 비슷한 코스면 친다고 생각했는데 홈런이 됐다. 워낙 좋은 공을 던지고 있었기 때문에 나와 최정 홈런으로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었던 것 같다. 남은 시리즈에서도 다함께 계속 좋은 경기를 하고 싶다. 플레이오프 때도 그렇고 김광현이 잘 던질 때 나도 잘해서 데일리 MVP는 못 뽑혔지만 우리가 승리했기 때문에 아무런 상관이 없다(웃음).

문학|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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