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이적료 100억 돌파…‘EPL 블루칩’ 증명

  • 스포츠동아
  • 입력 2012년 8월 22일 07시 00분


기성용. 스포츠동아DB
기성용. 스포츠동아DB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10호 ‘이적의 재구성’

올 여름 초미의 관심사였던 기성용(24)의 행선지가 스완지시티로 사실상 결정됐다. 휴 젠킨스 스완지시티 회장은 21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지역 TV채널 ‘STV’와의 인터뷰에서 “기성용 영입을 두고 셀틱과 이적료에 합의했다. 기성용의 에이전트와 세부 계약내용에 대해 논의 중으로 이르면 24시간 안에 협상 타결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영국 BBC는 기성용의 이적료를 600만 파운드(106억원)로 추정했다. 물론 셀틱과 스완지시티의 이적료 협상이 마무리됐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난 것은 아니다. 기성용이 스완지시티와 연봉계약서에 사인을 해야 한다. 기성용의 에이전트 C2 글로벌 전용준 이사도 “셀틱과 스완지시티 이적료 합의가 마무리됐다는 소식은 들었다. 구단(스완지)과 선수(기성용)의 협상은 아직 진행 중이다”고 설명했다. 기성용이 스완지시티와 계약하면 10번째 한국인 프리미어리거가 된다.

1. 셀틱 800만 파운드 요구에 스완지 옵션으로 해결
2. 박지성 그림자 부담…당초 QPR협상서 전격 U턴
3. 정교하고 짧은 패스 ‘스완 셀로나’ 스타일에 매력


○이적료 문제 어떻게 풀었나


기성용이 팀을 옮기는 데 최대 관건은 이적료였다.

기성용이 지난 시즌 셀틱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맹활약을 펼치자 유럽 몇몇 구단에서 손짓을 보냈다. 그가 런던올림픽에서 안정된 경기운영 능력과 몸싸움, 정교한 패싱력을 선보이며 한국을 3위까지 이끌자 관심은 폭등했다. 아스널과 에버턴, 풀럼, 리버풀 등 많은 프리미어리그 클럽이 뛰어 들었다. 그러나 셀틱이 원하는 이적료를 맞춰줄 수 있는 구단이 없었다. 셀틱은 800만 파운드(142억원) 정도를 원했다. 이는 시장가격을 훨씬 상회하는 금액이었다. 유럽축구 시장에 정통한 관계자는 “유럽 시장에서 보는 기성용의 몸값은 500∼600만 파운드 수준이다. 여기서 200만 파운드를 더 받겠다는 건 셀틱의 욕심이었다”고 설명했다.

스완지시티는 이적료 때문에 협상이 난항을 겪자 옵션을 넣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스완지시티가 셀틱에 이적료 600만 파운드를 일단 준 뒤 추후 이적료를 추가 지급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성용이 스완지시티에서 또 다른 팀으로 이적할 경우 잔여 이적료를 셀틱에 지불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일부 영국 언론에서 보도한 스완지시티가 600만 파운드 이적료에 더해 1명의 선수를 셀틱에 보내는 방식은 사실무근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성용의 이적료는 역대 한국인 선수 가운데 톱이다. 박주영이 작년 AS모나코에서 아스널로 이적할 때 이적료는 88억원(병역해결 뒤 추가 이적료 지불금 포함), 박지성이 2005년 PSV에인트호벤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할 때 금액은 68억원이었다. 기성용의 높은 가치를 유럽 시장에서 인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QPR에서 왜 스완지시티로?

기성용은 런던올림픽 전까지만 해도 퀸즈파크레인저스(QPR)행이 유력했다. QPR 마크 휴즈 감독이 박지성을 만나기 위해 방한했을 때 기성용과도 접촉했다. QPR 관계자들도 “기성용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협상 중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기성용의 최종 선택은 스완지시티였다. 사실 기성용은 QPR과 이적협상 당시 박지성과 함께 거론되는 것에 큰 부담을 느꼈다. 박지성에 자신이 도매급으로 넘어간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그러나 기성용 지인들은 “박지성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기성용은 기성용일 뿐이다. 신경 쓰지 마라”고 설득했다. 기성용도 마음을 다잡고 이런 부분에는 개의치 않기로 했다. 그런데 런던올림픽 후 스완지시티에서 기성용에게 구애를 보냈다. 기성용이 올림픽 동메달로 병역문제까지 깔끔하게 해결했기 때문에 더 적극적이었다. 기성용도 마음이 움직였다. 스완지시티가 정교하게 짧은 패스 플레이를 펼치는 스타일의 팀이라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 됐다.

○막판 변수는?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막판 변수는 하나 남아 있다.

풀럼이 기성용 쟁탈전에 뒤늦게 뛰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기성용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는 “풀럼이 막판에 이적료를 세게 베팅했다”고 귀띔했다. 만약 셀틱이 거액의 이적료에 혹해 마음을 바꾸면 이적협상은 원점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아주 낮은 가능성일 뿐이다. 기성용 측근도 “계약이라는 것은 사인하기 전까지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 하지만 스완지시티가 가장 유력한 것은 맞다”고 했다.

■ 스완지시티 어떤 팀?

점유율 축구 구사 ‘EPL의 스페인 팀’


스완지시티는 영국 웨일스의 스완지를 연고로 하는 팀이다. 1912년 창단해 100년 역사를 자랑한다. 2만 여석 규모의 리버티 스타디움을 홈구장으로 사용한다. 창단 99주년인 2011∼2012시즌 프리미어리그(EPL) 승격을 처음 이뤄냈고 11위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스완지시티는 EPL의 스페인 팀으로 불린다. 짧은 패스를 주고받으며 볼 점유율을 높이는 스페인대표팀과 비슷한 스타일의 축구를 구사한다. 지난 시즌 브랜든 로저스 감독이 이 전술을 인식시켰고 올 시즌 새로 지휘봉을 잡은 미카엘 라우드럽 감독도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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