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투수놀음, 투수는 포수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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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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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외국인 투수 유먼은 선발로 나서는 날이면 예민해진다. 특히 전담 포수로 강민호를 고집한다. 유먼은 고집이 세고 흥분을 잘하지만 강민호와 배터리가 되면 안정을 찾는다.

흔히 ‘야구는 투수놀음’이라고 한다. 하지만 유먼을 보면 야구는 ‘포수놀음’에 가깝다. 양상문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투수가 팀 전력의 60∼70%를 차지한다면 이 중 반 이상은 포수의 몫”이라고 했다.

올 시즌 1∼3위(이하 14일 현재)에 포진한 삼성 롯데 두산의 공통점은 든든한 안방마님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포수 최고령인 삼성 진갑용(38)은 타율 0.323에 득점권 타율 0.491을 기록하며 맹활약하고 있다. 안정된 투수 리드는 물론이고 올해 66경기에서 실책이 단 2개일 정도로 수비능력도 좋다.

강민호와 두산 양의지는 진갑용의 뒤를 이을 간판 포수로 손꼽힌다. 둘은 모두 ‘공격형 포수’다. 강민호는 지난해 실책을 8개 구단 가운데 최다인 15개나 저질렀지만 올해는 2개뿐이다. 양의지는 올 시즌 27개의 도루를 잡으며 도루 저지율 1위(0.386)에 올라 있다.

반면 포수 자원이 부족한 팀은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7위 LG와 8위 한화가 그렇다. LG는 지난해 말 SK로 이적한 조인성의 빈자리가 크다. 김태군(타율 0.213)과 심광호(0.205)는 타격이 약하고 윤요섭은 수비가 불안하다.

한화도 사정은 비슷하다. 주전 포수 신경현은 극심한 타격 부진(타율 0.181)으로 제몫을 못하고 있다. 한대화 감독은 “프로 7년차 정범모를 기용하고 있지만 실책이 7개나 돼 불안하다. 아직 블로킹 능력과 송구 동작에서 다듬을 부분이 적지 않다”고 했다.

포수는 야구에서 성장이 더딘 포지션이다. 각종 장비를 부착해야 하는 탓에 체력적인 부담도 크다. SK 이만수 감독은 “매일 마스크를 쓴다는 건 매일 선발투수로 나서는 것과 같다”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좋은 포수는 좋은 팀을 만드는 지름길이다. SK가 2007년부터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른 데는 투수 리드의 달인 박경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삼성은 1999년 진갑용이 이적한 뒤 한국시리즈에서 4번 우승했다. 2000년 이후 한국시리즈 우승팀과 포수 골든글러브 수상자가 일치한 경우는 8번이나 된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투수#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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